[다산칼럼] 경쟁이란 '시장 활력 도구' 잘라내서야…

입력 2013-03-14 17:59
수정 2013-03-14 22:59
갈등 빚는 경쟁과 분배의 논리…사실은 상반적 아닌 보완적 관계
국민 이익 위해 균형점 찾아야

유지수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저서 중 ‘진보의 양심(The Conscience of a Liberal)’이 있다. 미국 내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보수의 적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을 맞아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매긴 것에 대한 반감 탓이다. 보수집단에서 보면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국가가 세금으로 거두어 일도 안 하고 게으른 사람에게 나누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소외되고 뒤처진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진보의 양심이라는 것이다.

모든 국가에는 두 개의 상반된 논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경쟁 논리로서, 능력 있는 자가 더 이득을 취하도록 하는 시장경제 논리다. 다른 하나는 경쟁 속에서 뒤처진 사람들에게 더 많이 분배해야 한다는 박애 논리다.

한국도 두 개의 상반된 논리 속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두 개의 사고는 상반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이다. 사회갈등이 최소화하려면 두 개의 사고가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마민족으로 출발했고, 이후 국가와 사회가 정착되면서 농경민족으로 자리매김했다. 농경사회는 상호부조 정신과 대동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의 DNA 어딘가에 사회주의적 사고가 스며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성취하면서 생긴 사고의 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즉, 경제발전을 위한 경쟁력 중심의 사고와 우리 뼛속에 스며들어 있는 상호부조 정신 간에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사회의 갈등도 경쟁논리로 사회를 이끌어 갈 것인가 아니면 약자에 대한 배려를 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리 간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충돌과 갈등을 발전으로 이끌려면 보수와 진보의 사고방식을 균형 있게 수용해야 한다. 보수의 경제적 집단인 대기업도 자성할 부분이 있다. 동시에 극단적이고 편향적으로 대기업을 사악시하는 진보 쪽도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수년간 논란이 되고 있는 동반성장도 재조명돼야 한다. 사실 대기업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은 일이다. 다만 외국에서는 독과점법을 적용해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독 법보다 도덕적 가치 판단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 국민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통념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기업, 특히 대기업은 모범적 행위와 사회공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회 통념상 지탄받을 수 있는 일을 자제하는 것, 그것이 한국적 보수의 양심이다.

반면 진보의 극단적 사고도 지양돼야 한다. 동반성장의 틀 아래에서 중소기업 문제를 모두 대기업 책임으로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기업은 동반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금결제는 선진국에 준한다. 또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들은 공급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각종 지원을 해왔다. 이런 노력과 공은 무시하고 대기업을 무조건 사악한 존재로만 지적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동반성장의 방향도 극단적이어서는 안된다. 인위적 영역분리, 강제적 진입 장벽을 만들어 놓는 것은 결국 경쟁을 저해시켜 소비자라는 가장 큰 집단의 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다. 상호부조와 약자배려 논리가 오히려 특정의 소수집단을 위한 제도와 규제가 돼 국민 전체의 이익을 해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협회의 승인 없이는 요식업에 새로 진출할 수 없다. 한 음식점을 수대에 걸쳐 잇는 것으로 미화되고 있지만 일본 경제는 이런 진입장벽 때문에 역동성을 잃었다. 대기업에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강제화한다는 것은 경쟁의 ‘보이지 않는 손’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규제와 강제는 내려놓고 유도, 권유, 사회적 압박의 수단을 택하는 것은 어떨까. 그게 한국의 전통적 사고와 경쟁논리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균형된 사고의 기초 위에서 이뤄진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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