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경제활성화 종합대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한은의 경기 판단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개월째 금리 동결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동결이다. 이번 결정도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는 미약한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했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미국, 중국 등의 경기 지표가 개선된 것도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이유다.
이번 금통위의 결정은 시장 일각의 예상을 비켜간 것이다. 지난 1월 소매 판매액, 설비투자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2.0%, 6.5% 감소했다. 2월 수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8.6% 줄었다. 이처럼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역대 최저치인 2.6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김 총재는 그러나 “소매 판매가 준 것은 승용차 개별 소비세 인하 효과가 지난해 말 끝났고, 설비투자 감소는 항공기 도입 등 특이 요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의미를 축소 해석했다. 2월 수출 부진도 설 연휴로 인한 영업일 수 감소 탓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거시금융팀장은 “2월 수출은 줄었지만 1~2월 평균치로 보면 0.6% 증가했고 대외 여건 개선으로 수출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이 반등하고 있는 점도 동결을 결정한 이유로 꼽힌다. 국내외 금리 차 축소를 통해 자금 유입 유인을 줄여한다는 주장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60전 급등한 1109원에 마감,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달 동결 전망 확산
이날 김 총재의 발언으로 볼 때 다음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경기가 미약하지만 여전히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지난 1월 발표한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2.8%)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 발표 때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 압력이 없어 금리 인하 여지는 있지만 2월 경기 지표가 예상대로 잘 나오면 다음달도 기준 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만의 독자적인 금리 인하는 효과가 작을 수 있지만 새 정부 경제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맞물릴 경우 경기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며 “인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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