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곧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아
소득불균형 해소에 치중하기보다 주관적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임진혁 < 울산과기대 교수ㆍ경영정보학 imj@unist.ac.kr >
‘잘살아 보자’는 각오로 시작된 경제개발을 통해 50년 만에 한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9년 ‘OECD-원조공여국’, 2011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 그리고 2012년 6월에는 일곱 번째로 ‘20-50(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클럽에 가입해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이처럼 눈부신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은 삶이 팍팍하다고 아우성이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과 저성장, 저고용의 추세 등으로 인해 청년실업, 중산층 붕괴, 사회 계층 간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삶의 질에 대한 여러 조사 결과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최하위권에 있음을 보여준다. 자살률은 수년간 계속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도 가장 낮다고 한다. 실제 201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한국이 33.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총 34개 회원국 중 32개국 조사) OECD 평균 자살 12.8명의 2배 반에 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당내 경선 출마 선언 때부터 ‘국민행복’을 강조했고, 선거대책위원회의 기구도 국민행복추진위원회로 명명했다. 인수위에서는 치솟는 전·월세에 대한 대책으로 행복주택을 건설하고, 중산층 복원을 위해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며, 65세 이상 노인 대상의 국민행복연금은 내년 7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 취임사에서 박 대통령은 ‘행복’이란 단어를 20번 언급하면서 앞으로 5년 국정운영의 핵심목표를 ‘국민행복’으로 명백히 밝혔다.
국민행복을 위한 여러 시책들을 자세히 보면 경제적 약자들을 도와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1인당 소득이란 단일 지표 대신에 복지와 관련된 여러 경제적 지표들을 고려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함이다. 그러나 약속한 여러가지 복지 정책들을 집권 5년간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원 135조원을 증세 없이 조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필요한 재원의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복지 그 자체가 행복은 아니며 복지의 결과로 행복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객관적 지표들, 즉 주거환경, 소득, 지니계수, 교육, 보건, 사회안전 등을 고려해 삶의 질을 측정하는 행복지수(better life index)와 긍정적인 감정에 기초한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행복지수(happiness index)가 있다. 국민행복을 위한 재원의 조달여부는 차치하고 복지에 기초한 경제적 삶의 질 향상은 실현된다고 할지라도 반쪽의 행복에 불과하다. 행복은 긍정적인 감정에 기초한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에도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의 행복지수가 높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 풍요, 자유의 확대, 선택의 다양함으로 인해 삶이 더 편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스트레스, 분노 등의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학교 폭력과 왕따,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충동적 살인, 사회적 외톨이의 증가와 묻지마 살인 등은 맞춤식 복지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총체적 국민행복의 증진을 위해서는 인간관계의 유대와 친밀감에 기초한 주관적인 행복의 증진을 위한 방법과 전략이 국가차원에서 필요하다.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성인들의 평생교육과정에 행복교육을 추가해 자신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5명이 청와대에 입성할 때 평균 지지율은 65%였고, 떠날 때에는 17%였다. 194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대통령 11명의 취임 직후 평균 지지율은 65%였고, 퇴임 직전에는 48%였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 지지율 평균치는 65%로 같았지만 퇴임시에는 17% 대 48%로 무려 3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총체적 행복도를 높여 5년 뒤 퇴임 때도 국민의 높은 지지 속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떠나길 기대한다.
임진혁 < 울산과기대 교수ㆍ경영정보학 imj@unist.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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