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경고
“영국이 또 한 번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영국 파운드화 급락은 영국의 환율 위기를 예고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또 “심각한 재정적자와 늘어나는 국가부채가 영국을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공격받기 쉬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파운드화가치는 지난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런던 외환시장에서 올 들어 1.23유로에서 1.16유로까지 떨어졌다. 영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삼중 경기침체(트리플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영국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정책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일부 헤지펀드는 이미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공공 금융만 놓고 보면 영국이 미국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과거에도 그랬듯 환투기 세력에 의해 공격받기 쉬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거물 조지 소로스가 1992년 영국 중앙은행과 환 전쟁을 벌이며 10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를 매도, 차익 10억달러를 챙겼던 사건에 빗댄 설명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당시의 악몽을 충분히 되풀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데이셀블룸 의장의 발언이 이미 금융권 보너스 규제 등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유로존과 영국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텔레그래프는 또 그의 발언은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2011년 프랑스의 최고 신용등급을 빼앗기며 영국을 공격했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누아예 총재는 프랑스보다 먼저 영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영국이 심각한 부채와 인플레 압력을 겪으면서 성장세도 더 둔화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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