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하얗고 눈이 커다란 예린이는 사슴을 닮았다는 첫인상을 떠오르게 하는 예쁜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다. 예린이는 엄마와 함께 상담을 받는 도중에 커다란 눈을 쑤시로 깜박이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틱 증상을 보였다. 아울러 상담 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 저기 물건을 만지고 엉덩이를 들썩이는 산만한 모습도 보였다. 엄마 말로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차분하고 공부도 잘 하는 모범적인 아이였는데, 초등학교 입학 후 갑자기 틱 증상이 나타나면서 아이가 산만해지고 짜증이 많이 늘어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최근 예린이처럼 틱 증상과 함께 주의가 산만한 행동으로 인해 본 원에 내원하는 아이들이 많다.
예린이처럼 눈을 깜박이고 얼굴을 찡그리는 증상을 틱(tic)이라 하며, 틱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틱장애라고 진단한다. 틱장애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갑자기, 빠르게, 반복적으로, 불규칙하게 근육이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것을 말한다. 틱이 1개월 이상 지속되다 1년내에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를 일과성 틱장애, 음성틱이나 운동틱 중 하나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틱장애,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1년 이상 나타나는 경우에는 뚜렛장애라고 진단한다.
틱은 증상에 따라 운동틱과 음성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다시 증상의 정도의 따라 단순형과 복합형으로 분류된다. 단순 운동틱으로는 눈 깜빡임, 얼굴 찡그리기, 코 씰룩거리기 등이 가장 흔히 보이고, 머리 흔들기, 어깨 들썩거리기, 입 내밀기 같은 증상도 보인다. 복합 운동틱은 찡그리는 듯한 얼굴 표정 짓기, 자신을 때리는 행동, 자신의 성기부위 만지기, 다른 사람이나 물건을 반복적으로 만지기 등이 있다. 또한 단순 음성틱은 킁킁거리기, 코 훌쩍거리기, 헛기침하기, 휘파람 불기, 침 뱉는 소리, ‘우, 우’ 등과 같은 소리들이 포함된다. 복합 음성틱으로는 사회적인 상황과 관계없는 단어를 말하거나 욕설, 남의 말을 따라하기 등이 있다.
틱은 주로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인 7세 전후로 많이 나타난다. 틱은 전체 아동의 약 12%에서 나타나고, 뚜렛장애 경우에는 15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틱은 대부분의 경우 치료를 하지 않아도 좋아지는 경과를 밟는데 중요한 것은 틱장애가 발생하였을 때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이 틱장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지지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틱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틱으로 인해 본인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한 기능장애나 사회관계의 장애가 초래되거나 자해틱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눈을 너무 심하게 깜빡거려서 눈이 짖무르거나 책을 읽을 수 없는 경우, 고개를 제끼는 틱 때문에 만성적인 통증이 생기는 경우, 심한 음성틱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과 같이 교실에서 수업을 할 수 없는 경우 등이다. 이외에도 틱으로 인해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자신감 상실,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인해 학업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도 치료를 해야 한다.
틱장애는 인체의 근육을 조절하는 대뇌피질과 기저핵의 문제로 발생한다. 특히 기저핵은 인체가 움직일 때 원하는 운동은 촉진하면서 그 운동을 방해하는 근육은 억제하는 브레이크와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만약 운동을 방해하는 근육을 억제하지 못하게 되면 통제되지 않는 근육의 움직임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틱이다. 그러므로 틱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은 근육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대뇌피질과 기저핵의 협동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아울러 억압된 분노, 욕구불만,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 크게 놀란 사건, 지나친 컴퓨터와 핸드폰 사용 등이 틱이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휴한의원 위영만 원장에 의하면 “틱장애 치료에 있어서도 성장기 아동의 경우에는 대뇌피질과 기저핵 등과 같은 운동신경계의 발달이 잘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틱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주변 환경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치료방법으로는 뇌 성장과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한약이 가장 효과적이다. 아울러 뇌 순환을 돕는 뜸, 약침요법, 경추교정을 병행하면 치료효과가 더욱 상승한다. 만약 주의력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주의력 훈련을 병행할 필요도 있다.
가족이나 일반인들은 틱 증상을 일부러 혹은 고의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틀린 생각이다. 틱은 대뇌의 근육조절 기능의 문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 지적을 하면 증상이 감소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심해진다. 그러므로 처음 틱이 나타날 때에는 틱을 무시하고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틱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를 보면 너무 부모 자신의 가치기준에 맞추어 키우려 하거나 혹은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아이는 은근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따라서 아이를 자신에게 맞추기보다는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틱장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