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샤프와 제휴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입력 2013-03-06 10:35
삼성전자가 샤프와 자본 제휴를 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자본 제휴를 통해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술 획득과 패널 시장에서의 애플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프가 경영난 해결의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자본 및 업무 제휴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100억엔을 출자해 샤프의 지분 3%를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지난해 초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으로부터 669억엔(지분 9.9%) 규모의 출자를 받기로 합의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샤프의 사정이 급하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도 샤프가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샤프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며 "라이벌이었던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기자본비율이 10%로 아래로 떨어진 샤프는 삼성전자로부터 자본금을 지원 받아 재무구조를 개선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샤프의 기술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윈-윈' 거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샤프는 액정표시장치(LCD) 원천 기술 부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고 특히 옥사이드 TFT 분야에선 인텔 쪽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이라며 "이번 제휴를 통해 삼성전자가 옥사이드를 노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재 삼성전자가 아몰레드를 밀고 있지만 향후 옥사이드 TFT가 메인스트림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삼성전자가 '보험'을 드는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샤프와 애플의 관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샤프는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 중 하나인 애플에 고해상도 LCD를 공급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샤프에 지분을 넣음으로써 애플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샤프와 손을 잡게 되면 샤프 측과 애플 간의 관계가 껄끄러워 질 수도 있겠지만 고해상도 LCD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몇 안 되기 때문에 애플 측에서도 쉽게 샤프를 내칠 수 없을 거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샤프 외에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 정도가 고해상도 LCD를 애플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샤프에 지분을 3% 넣게 되면 애플을 견제하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라며 "고품질 LCD 물량을 댈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기 때문에 샤프를 내치는 건 애플 측에서도 부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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