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6개의 섬과 산호, 시리도록 푸른 바다…환상적 풍경에 황홀
길이와 너비 200m, 산호섬 샌드뱅크…망망대해 떠 있는듯
인도양 고속정 체험, 수상 비행기 투어, 밤 낚시·이색 파티…즐길거리 넘쳐나
인도양 한가운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푸른 섬이 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푸른색인 몰디브.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다. 바다가 모두 똑같은 것 같지만 태평양이나 대서양과 달리 인도양은 때로는 아늑하고 한편으로 야성적인 이빨을 지니고 있다. 가쁜 숨을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정물처럼 서 있는 몰디브는 1196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수많은 섬들로 이뤄졌다고 해도 남북으로 820㎞, 동서로는 120㎞에 국토 전체 면적 가운데 육지는 1%에 불과하다. 1196개의 작은 섬 중 유인도는 200여개. 그중 100여곳이 럭셔리 리조트로 개발됐을 만큼 일찍이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다.
○휴양의 다른 이름이 된 몰디브
몰디브를 이해하려면 아톨(Atoll)과 라군(Lagoon)을 알아야 한다. 아톨은 섬들이 화환처럼 모여 하나의 커다란 제도를 이룬 것을 말한다. 이 섬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바로 산호초로 만들어진 라군이다. 영화나 TV에서만 보았던 라군과 코발트 블루의 바다색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몰디브는 천국에 온 듯한 황홀감을 선사한다.
언제부터인가 몰디브는 휴양의 다른 이름이 됐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휴가의 대명사, 예비 신혼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혼여행지. 전문사진가가 아니어도, 무심하게 셔터를 눌러도 작품사진이 나오는 그림 같은 곳. 그래서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몰디브를 ‘인도양의 꽃’이라 예찬했다. 영화에서는 비정한 도시와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달려가고픈 ‘이상향’으로 격상되기도 한다.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콜래트럴’이나 홍콩 애니메이션 ‘맥덜’에서도 그랬다. 이들 영화에서 몰디브는 고된 노동과 가난의 대척점에 서 있는 곳으로 그려진다. 힘든 삶을 사는 이들에게 몰디브는 언젠가 가서 쉬고 싶은 곳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몰디브까지는 11시간이 걸린다. 아침에 인천에서 출발하면 몰디브 말레공항은 어느새 새까만 밤이 돼 있다. 통상 공항을 나서면 버스나 택시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몰디브에선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각 리조트의 미팅부스가 있어서 리조트 직원을 만나 예약자임을 확인해야 한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공항답게 공항 앞에 끝없이 바다가 펼쳐져 있고 수상보트가 대기하며 부지런히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보트는 굉음을 뿜어내며 밤바다 위를 튕기듯 내달렸다. 흩어진 섬들 위에 일렬로 늘어선 리조트의 불빛이 이어지고,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별들이 빛난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데도 보트는 유유히 바다 위를 헤치고 나간다. 오직 리조트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만 이정표가 돼준다. 리조트에 도착해 해변을 바라보니 어디선가 하우스 뮤직이 들려온다. 어둠 속에 가려 있는 인도양을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고조된다. 어떤 휴양지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완전한 자유….
○바닷속엔 수천 종의 생물이 가득
햇살이 창문 틈으로 넘실대며 다가와 황홀한 황금빛으로 부서진다. 몰디브에 도착하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들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일렁이는 물빛과 시리도록 파란 바다가 넘실거린다. 물은 투명하고 맑다. 100m를 걸어나가도 수심은 겨우 허벅지에 머문다. 몰디브의 진정한 매력은 바닷속에 있다. 몰디브의 수중 환경은 오래 전부터 다이버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1000종 이상의 어류가 서식하는
몰디브는 종의 다양함 못지않게 바다거북이나 만타가오리(초대형 가오리) 같은 대형 생물들을 쉽게 볼 수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누구나 오리발을 신고 물속에 뛰어들면 평생 볼 물고기들을, 혹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희귀한 바다생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리조트가 들어서 있는 섬들의 크기는 대체로 아담하다. 카니섬 같은 곳은 길이가 800m가량인데 다른 섬도 대개 이 정도 크기다. 몰디브의 수도이자 제일 큰 섬인 말레도 길이 1.7㎞, 너비 1㎞에 불과하다. 30분이면 섬을 일주할 수 있다.
몰디브는 휴양을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리조트 내에서 마사지를 받고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에 카이트 서핑까지 해양레저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밤이 오면 몰디브에선 주제가 다른 파티가 펼쳐진다.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맥주와 와인, 300여 가지의 요리가 제공되는 식사는 환상적인 휴식을 마무리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밤바다에서 즐기는 야간 낚시도 독특한 재미를 준다. 몰디브의 환상적인 바다색과 산호 군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수상 비행기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인도양의 바다를 더 느껴보고 싶다면 ‘블루 라군 디스커버리’에 동참하면 된다. 집어삼킬 듯 밀려오는 파도를 고속정으로 가르면 망망대해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샌드뱅크에서의 낭만적인 추억
몰디브의 색다른 경험이 또 하나 기다린다. 보트를 타고 나가 40여분을 달리자 ‘샌드 뱅크(Sand Bank)’라는 작은 산호섬이 나온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맑은 물에 모래섬이 홀로 솟아 있어, 마치 이곳으로부터 모래가 생성되고 있는 느낌이다. ‘모래은행’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연유한 것 같다. 길이와 너비가 200m나 될까. 파도가 심하면 완전히 물에 잠긴다.
모래톱에 배를 대고 모래섬에 내려 맨발로 딛는 고운 모래 입자의 감촉이 특별하다. 모래톱에는 아이 손바닥만한 게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어 다닌다. 샌드뱅크에 오르자 망망대해 위에 홀로 떠 있는 느낌이다.
원주민 거주지 관광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 포인트. 카니섬에서 보트로 5분 거리인 후라섬엔 원주민 700여명이 산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리조트와 달리 원주민 마을은 한국의 1960~70년대 시골 풍경을 연상시킨다. 산호로 겉을 댄 벽이 눈길을 끈다.
조그만 거리에서는 조잡해 보이는 기념품과 실크 스카프 등을 팔고 있다. 섬에서 자체 발전을 하고 전기가 부족한 탓인지, 손님이 들어설 때만 상점에 전등을 켠다. 몰디브는 이슬람 국가이므로 원주민 마을을 찾을 때 무릎이나 어깨가 드러나는 옷은 곤란하다. 후라섬에서 나와 보트에 오를 때쯤 인도양에 석양이 깔리기 시작한다. 청정 지역이어서 그럴까. 몰디브의 석양은 유난히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깔을 펼쳐 놓는다.
아름다운 것은 영속하기 어려운 것일까? 몰디브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점점 높아져 30년 후에는 완전히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한다. 우울한 전망이지만 어느 누구도 몰디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여행객도 원주민도 앞으로의 일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직 천국은 건재하고 또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시간마저 정지했던 아주 고즈넉했던 휴양의 추억을.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 여행 팁
직항없어 싱가포르 등 경유…6~7일 일정 잡아야 여유
현재 인천공항~몰디브행 정규 직항은 없다. 싱가포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말레이시아항공 등을 이용해 다른 나라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인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하면 인천공항~싱가포르 창이공항까지는 6시간 남짓, 창이공항~몰디브까지는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싱가포르에서는 6시간 정도 대기해야 한다. 따라서 최소 4박5일 이상의 일정이 필요하며, 6~7일 이상의 일정이어야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몰디브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한 섬에 한 리조트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리조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몰디브 여행의 빛깔이 달라진다.
몰디브의 날씨는 연중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 안팎이다. 말레는 한국보다 4시간 늦다. 리조트에선 낮시간을 보다 많이 즐기기 위해 말레보다 1시간 빠른 리조트 타임(또는 아일랜드 타임)을 적용할 수도 있다. 햇살이 강렬하므로 선크림이나 챙이 넓은 모자 등을 준비하는 게 좋다. 몰디브 해변은 산호 껍질로 덮여 있어 바닷속에 들어갈 때는 아쿠아 슈즈를 신는 것이 좋다.
공식화폐는 루피야지만 달러나 신용카드 이용에도 불편이 없다. 몰디브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워터프런트를 찾으면 현지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포구시장에서는 참치 등을 판다. 클럽메드 카니 리조트에는 한국인 가이드가 있어 언어 소통에 문제가 없으며, 한국인 요리사가 매일 한국 음식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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