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앱의 굴욕 "고전문학에 밀리다니…"

입력 2013-03-01 16:56
수정 2013-03-02 02:41
인사이드 Story - 아이패드 앱 매출 1위 전자책'세계문학'

내려받은 사람 10만명
지난달 8일 출시 3일만에 게임 앱 누르고 1위 올라

착한가격·디자인 통했다
권당 1000원 안팎 저렴…종이책 느낌 그대로 살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지난달 중순 전혀 예기치 못한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게임이 줄곧 석권해왔던 아이패드 앱스토어 전체 매출 순위에서 고전문학 앱(애플리케이션)에 선두 자리를 빼았겼기 때문이다. 전자책 전문업체 ‘북잼’과 출판사 ‘열린책들’이 앱으로 내놓은 ‘세계문학’(사진)이 출시 3일 만인 지난달 11일 앱스토어 전체 매출 1위에 오른 것이다.

17일 뒤인 지난달 28일 게임업체 ‘JCE’가 내놓은 모바일 소셜게임 ‘룰더스카이’가 선두 자리를 되찾아오긴 했으나 초·중·고 졸업시즌인 2월 중·하순 대목을 노리던 게임업체들로서는 느닷없고 황당한 사건이었다.

‘세계문학’은 죄와 벌 위대한 개츠비 1984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고전작품을 전자책으로 만든 앱이다. 현재 30권까지 나왔고, 올해 말까지 모두 150여권이 나올 예정이다. ‘열린책들’이 종이책으로 발간한 고전문학(208권) 가운데 전자책으로 낼 수 있는 저작권을 확보한 작품들을 매주 10권씩 앱으로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책들은 전자책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올려놓을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앱을 내려받은 사람은 지난달 28일 기준 9만8000여명이었다. 하루 평균 4600여명이 다운받았다는 얘기다. 대부분 문학 작품들이 초판 3000부를 넘기기 어려운 한국의 독서 풍토에서 놀라운 기록이라는 게 출판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출판업계가 보는 성공 요인은 우선 저가 마케팅이다. ‘세계문학’ 앱은 낱권으로 구입하면 3.99~5.99달러(약 4300~6500원)를 내야 한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구입하면 149.99달러(약 16만2000원)만 내면 된다. 작품 한 권당 780원(208권 출간 시)에서 1080원(150권 출간 시)만 부담하면 된다는 얘기다.

출판사 측은 작품 전체를 싼 값에 판매하는 ‘오픈파트너’ 모집 행사를 오는 11일까지 진행한다. 기한을 정해놓은 마케팅이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 조한열 북잼 대표는 “세계문학 앱을 다운받은 사람들의 80%가량이 작품 전체를 산 오픈파트너들”이라고 말했다.

고전문학을 신세대 취향에 맞게 디자인한 것도 인기를 끈 요인이다. 책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이펍(ePUB)을 쓰지 않고 자체 개발한 포맷 ‘북잼익스텐서블퍼블리케이션(BXP)’을 적용했다. 텍스트 위주인 기존 전자책과는 달리 젊은 취향의 디자인과 종이책 느낌을 살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절히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북잼’과 ‘열린책들’이 함께 운영하는 페이스북에서는 세계문학 작품을 읽은 소감을 나누고, 감명깊게 읽은 대목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 독자는 “세계문학 앱에 채워진 책들을 보면 중학교 때 학교 도서관이 떠오른다”며 “혼자 고전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토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출판업계 일각에서는 ‘세계문학’ 앱의 돌풍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저가 마케팅이 일반화되면 도서정가제가 무력해지고 전자출판시장 질서가 교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보문고가 3개월 동안 전자책을 싼 값에 빌려볼 수 있는 회원제 서비스 ‘샘’을 내놓은 것에 대해 출판업계가 반발했던 것과 같은 이유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자책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기존 종이책 사업과 맞지 않는 수익모델로 업계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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