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핵 내려놓을 가능성 全無…우리가 억지할 방법도 없는 현실
핵 인질 벗어날 길 어디에 있나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1971년 미국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2개 보병사단, 6만여명의 병력 가운데 7사단 2만여명을 일시에 빼갔다. “아시아에서 재래식 전쟁이 발발할 경우 방위의 1차적 책임은 당사국이 져야 한다”는 당시 ‘닉슨독트린’의 후속 조치였다. 남아 있는 2사단의 철수도 예고했다. 냉전시대 공산권의 맹주 중공과 소련이 한국 안보의 최대 위협이었고 북한의 전력도 우리를 앞섰었다. 한국이 독자적인 핵개발에 나섰던 직접적인 계기였다.
그리고 월남의 비극이 이어졌다. 미국은 월남전에서 발을 빼기 위해 1973년 1월 공산월맹과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월맹의 속임수였다. 미군이 돌아간 2년 뒤인 1975년 3월 월맹은 기습 남침으로 단숨에 자유월남을 패망시켰다. 미국이 월남의 안전을 철석같이 보증했던 방위조약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우리 안보를 더 이상 미국에 기댈 수 없는 절박한 상황임이 확인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때부터 공개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언급한다. 월남 패망 직후 그는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핵무기 개발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1977년 카터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를 추진하자 “핵무기를 만들 능력은 있다.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의 핵개발은 매우 깊은 단계까지 진전됐다.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방위 통제와 삼엄한 감시 속에서 우리 연구진이 비밀리에 만들어낸 농축용 정제우라늄(옐로케이크)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오원철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그때 우라늄이든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이든 우리의 핵무기 개발은 거의 완성단계까지 갔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1979년 박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신군부가 등장한 뒤 핵개발을 주도했던 연구인력들은 하루아침에 소리 없이 사라졌고 관련 기록과 성과물, 장비 또한 어디로 갔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이후 핵은 금기어(禁忌語)였다. 그리고 1991년 미국이 남한에 배치했던 200여기의 전술핵을 거둬가고, 노태우 대통령은 핵 부재(不在) 선언에 이어 1992년 초 북한의 김일성과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대한민국 핵개발의 시곗바늘은 그렇게 되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거꾸로 갔다. 북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 잉크도 마르지 않은 ‘비핵화 선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2005년 결국 ‘핵보유’를 선언하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2006년과 2009년의 1·2차 핵실험, 이번 3차 핵실험은 그렇게 오래전부터 준비된 일이었다. 앞으로의 핵실험이 거듭될 것 또한 분명하다.
박정희 시대 우리가 먼저 핵이라는 지렛대를 가질 수 있었다면 이후 남북관계는 지금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이후 30여년의 세월을 지나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가장 엄중한 핵 딜레마와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우리는 ‘남북한 신뢰 프로세스’를 말하는데, 북은 우리를 향해 ‘최종 파괴’라는 극단적 협박을 퍼붓는다.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 북핵에 대한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전쟁을 각오하거나 우리 경제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후폭풍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현실성은 떨어진다.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그 어떤 제재도 무망(無望)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중국이 식량과 에너지의 뒷문을 열어주면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만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불용(不容)과 함께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이 스스로 핵무기를 내려놓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핵은 최후의 전쟁억지력이다. 무엇으로 대한민국을 지킬 것인지, 어떻게 북핵을 제거할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데 북의 핵 인질로 살지 않기 위한 박 대통령의 길은 어디에 있나.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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