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 오정일 경북대 교수 '이혼 재산분할 판결' 논문 보니
혼인기간 1년 늘 때마다 27만원 증가…이혼 책임과 재산분할은 관계 없어
바람을 피우는 등 부정 행위로 이혼 소송을 당하면 위자료를 평균 500만원 정도 배우자에게 더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비율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나이가 많을수록, 피고의 나이가 적을수록 원고에게 더 유리했다.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이혼 재판에 있어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의 결정에 관한 미시적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논문은 2009~2011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가정법원 이혼 소송 1심 판결문 1098개를 모두 분석했다. 국내에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위자료는 여성이 유리
논문에 따르면 이혼 사유 중에는 폭력 등 배우자의 부당 대우가 전체의 5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부정 행위(25%), 가정 방치(10%) 등이 뒤를 이었다.
이혼할 때 위자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혼인 기간이었다. 혼인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위자료는 평균 27만5000원씩 증가했다. 재산도 영향을 미쳤다. 위자료를 받는 사람의 경우에는 재산 100만원당 위자료가 평균 1만7100원 늘어났다. 위자료를 주는 사람의 재산을 기준으로 하면 100만원당 상대방에게 줘야 할 위자료는 3400원씩 증가했다.
오 교수는 “결혼생활 파탄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산정할 때 법원이 당사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고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혼 사유 가운데는 불륜이 위자료를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정 행위가 들어가 있으면 평균 505만5000원의 위자료를 상대방에게 더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자료 산정에서는 여성이 유리했다. 남성이 위자료를 받는 경우 평균적으로 여성이 받는 돈에 비해 600만원 정도 적었다. 이는 이혼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여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원이 위자료를 산정할 때 여성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오 교수는 분석했다. 이혼소송 10건 중 9건은 원고가 여성이었다. 이혼소송에서 원고와 피고의 평균 연령은 각각 50세, 52세였고 결혼기간은 평균 21년 이었다.
○재산 분할, 법원은 남성편
재산 분할에서는 남성이 유리했다. 원고가 남성이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재산을 배분받았다. 원고가 남성일 경우 가져가는 몫은 여성이 원고일 때보다 평균 9.1%포인트 높았다. 이는 법원이 재산 형성에 남성이 더 크게 기여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 교수는 “대부분 이혼소송의 원고가 여성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여성의 가사 노동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도 재산 분할에서 남성이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재산 분할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오 교수는 덧붙였다.
전체적으로는 원고가 재산 분할에서 차지하는 몫은 평균 46%였다. 여성이 원고의 9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도 여성이 재산 분할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부에게 동일한 몫으로 배분하라고 한 판결의 비율은 28.6% 정도였다. 원고나 피고 한 쪽에 공동 재산의 70% 이상을 준 판결도 17.8%나 됐다. 이혼소송을 제기한 원고와 피고의 평균 재산은 각각 3억4400만원, 11억700만원이었다.
재산 분할 비율 결정에는 부부의 나이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조건이 다 같다고 가정할 때 원고의 나이가 1년 증가할 때마다 원고가 가져가는 몫이 평균 0.04% 늘어났다. 또 혼인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원고는 0.36%의 재산을 더 가져갔다. 양육권을 가진 이는 평균 3.6%의 재산을 더 가져갔다.
이번 논문에서는 또 소송 대리인으로 법무법인을 선임해도 위자료나 재산 분할에서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에게 이혼소송을 맡겨도 돈을 더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 간 위자료 차이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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