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링컨의 평생 정적인 스티븐 더글러스가 청중들 앞에서 링컨이 두 얼굴을 가졌다고 비난했다. 링컨이 느릿느릿 답했다. “여러분 판단에 맡깁니다. 만일 제게 다른 얼굴이 있다면 지금 이 얼굴을 하고 있겠습니까?”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은 유머감각도 최상이었다. 밥 돌 전 상원의원은 링컨이 풍자를 경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했다. 링컨은 남북전쟁 와중에도 “나는 울면 안 되기 때문에 웃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1860년 대선에서 겨룬 더글러스와는 인연이 아주 깊다. 링컨의 부인 메리 토드의 첫 남자가 바로 더글러스였다. 메리는 진작부터 대통령 부인이 되겠다는 야심 찬 여자였다. 전도양양한 더글러스와 틀어진 뒤 링컨을 만났다. 촌뜨기 변호사 출신과 부유한 가문의 딸은 서로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링컨에게는 요절한 첫사랑 앤 러틀리지가 있었다. 앤이 묻힌 묘지에 자신의 심장도 함께 묻었다며 2년간 폐인으로 지냈다. 앤과 결혼했다면 행복했겠지만 대통령은 못 됐을 것이란 게 전기작가들의 평이다.
반면 메리는 소크라테스의 악처에 비유될 정도였다. 끝없는 히스테리, 잔소리에다 남편 연봉의 세 배에 달하는 빚을 질 만큼 낭비벽도 심했다. 데일 카네기는 ‘링컨 이야기’에서 “메리는 씀씀이가 넉넉했고, 링컨은 마음이 넉넉했다”고 썼다. 링컨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상대였던 슈어드를 국무장관에 앉혔다. 오바마가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도 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링컨=노예해방’이지만 그는 노예제 폐지보다 국가분열을 막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노예제 폐지든, 존속이든 상관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이를 두고 링컨을 폄하하는 시각이 있지만 나라가 갈라졌다면 노예제는 수백년 더 갔을지도 모른다.
평생을 정직, 연민, 관대함으로 일관한 링컨을 보며 예수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냉소하는 각료들, 변명만 늘어놓는 장군들, 불만 덩어리 아내를 무한 인내로 참아냈다. 링컨을 ‘지독한 바보’라고 경멸했던 국방장관 스탠튼은 링컨이 죽자 “이제 그는 역사가 됐다”고 되뇌었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링컨’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56)가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루이스는 내전의 격랑 속에서 고뇌와 우수에 찬, 그러나 유머가 넘쳤던 링컨을 싱크로율 100%로 재현해냈다. 이 영화는 수정헌법 13조(노예금지)를 통과시키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어떤 험로를 거쳐왔는지 잘 보여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링컨의 연설은 박근혜 정부에도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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