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에 부쳐] (1) 효율·형평간 균형이 필요하다

입력 2013-02-24 16:56
"저성장·저고용 경제에 활력 넣고
경제민주화 소모적 논쟁 피해야
국민들 꿈꾸는 '행복시대' 가능
사회 지도층 불신도 극복 과제"

김인철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ickim@skku.ac.kr


박근혜 정부가 국내외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기대 속에 출범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로서의 고귀한 영예도 한 몸에 안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 영토를 지키고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함께 지게 됐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퇴임하는 대통령들을 보면 얼굴에 깊게 팬 주름살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대통령직의 막중함 때문인지 고뇌와 피로의 흔적이 역력하다. 미국의 경우 매일매일 백악관에 올라오는 상당수 보고 내용은 전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정변과 전쟁과 관련되는 일을 결정해야 한다. 하루하루 위기 상황을 접하면서 대통령은 임기 내내 격무에 시달린다.

한국도 미국 못지않다. 한국은 특히 지난 60년간 휴전상태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항상 북한의 도발을 의식하면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살펴야 하는 역대 대통령들은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오히려 이전 대통령들보다 더 어렵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복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침체된 경제도 살려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와 관련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고 때로는 야당의 집요한 견제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다 ‘국민 행복시대’라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도 펴나가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두 개의 큰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다. 유엔과 국제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과 대량 살상무기 개발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 위험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고위관료, 대기업 총수, 엘리트 지식인 등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서는 우방국과 공동방위 전략을 통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불신 문제는 쉽게 고치기도 어렵고 고쳐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책 실패가 중요한 원인이 됐던 1997년 외환위기 때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실업자로 전락하며 피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정부 내 어느 누구도 딱히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침체는 우리 경제를 또 한 번 강타했다. 우리 경제는 성장 탄력을 잃고 저성장·저고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고위관료와 엘리트 지식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런 때에 미국에서 자수성가해 큰 부(富)까지 일군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미국 국적까지 포기하고 조국을 위해 일하러 온다는 뉴스는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새 시대, 새 정부에서 일하는 고위관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예전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 전문성뿐만 아니라 지혜와 도덕성을 함께 갖춘 사람이 공직을 맡아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박 대통령 5년 임기 내내 화두가 될 것이다.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민주화는 형평에 해당한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효율과 형평을 둘 다 중요하게 취급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한국에서는 효율이 형평보다 지나치게 강조돼 왔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엘리트 지식인들이 시장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에까지 진출하는 행위가 묵인됨으로써 효율이 형평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갔던 것이다. 이제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뒤처진 형평을 회복시킴으로써 국민의 총체적 불신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효율과 형평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은 저절로 멈추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가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을 제시해 많은 국민들이 꿈을 꾸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의 토대를 만들어 주길 희망한다.

김인철 <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ickim@skk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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