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출산의 기회비용 줄이는 정책 펴야 등

입력 2013-02-22 13:34
[교사 기고] 출산의 기회비용 줄이는 정책 펴야

최근 정부의 보육정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는 3월부터 만 0~5세 영유아가 있는 모든 가구는 보육료(0~2세)유아학비(3~5세)양육수당을 받게 된다(한국경제 2013년 1월28일자 참고). 정부에서 보육비용 지원에 신경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초(超)저출산국 기준인 1.30명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출산은 사회 존속을 위한 인구 재생산의 사회적 차원의 편익을 발생시킨다. 출산은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사회에 주므로 긍정적 외부성(외부경제)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이 출산을 결정할 때에는 출산에 따른 개인적 편익(자녀를 얻은 기쁨, 키우는 재미, 노후에 자녀에 대한 부모의 심리적·재정적 의존 등)과 출산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출산의 기회비용·출산과 양육에 들어가는 금전적 비용을 포함해 출산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비교한다. 개인적 차원의 비용-편익분석에 의해 결정된 출산율은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낮게 결정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에 대한 기회비용을 낮춰주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보육비 지원정책은 출산의 기회비용 중 눈에 보이는 회계비용은 줄여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여주지는 못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경우 출산으로 인해 경제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면, 보육비용을 지원받는다 해도 출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양육과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출산의 기회비용을 줄여주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보육시설이 필요하며,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국공립 보육시설은 철저한 질 관리를 통해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데, 전체 보육시설 비중의 5~10% 수준밖에 안 된다. 최근 보건복지 전문가의 60%가 보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충을 꼽았다. 그에 비해 무상보육 확대 등을 통한 보육비용 경감이 시급하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보육비용 지원은 중저소득층에게는 출산을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지만, 고소득층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고소득층에게까지 보육비용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그 예산을 양질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퍼플 잡 purple job)를 활성화하는 것도 출산의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퍼플 잡은 재택근무제나 유연근무제(출퇴근 시간 조정)와 같이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고정돼 있는 정형화된 근무 제도에서 탈피한 신축적인 근무 제도이다. 가사나 보육 등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이나 형태를 조절해 원만하게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은 어느 정도 정착돼 있으나, 휴직을 하면 동료에게 부담을 주고 업무에 복귀할 때 ‘감’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 휴직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보다 정규직 파트타임(시간제 근무:주2일주3일 근무 등의 형태로 일하며 신분과 고용의 안전성은 정규직과 똑같이 보장해주는 것) 형태로 일할 수 있는 퍼플 잡을 활성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김나영 <양정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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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제정책,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나라 앞날 생각지 않은 장기 정책…실업, 양극화 등 문제 심화시킬 뿐
정책변화의 효과분석 철저히 해야

경제학의 핵심에는 경제정책에 대한 이론이 있다. 그런데 경제정책에 대한 이론이라는 것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경제학을 수십 년 가르치면서도 같은 이론을 반복해 가르칠 수밖에 없는 것이 태반이다. 그 가운데 많은 정책이론은 1970년대 기대(예측)의 합리성에 관한 이론이 정립되는 가운데 새로 등장한 것들이다. 이때 합리적 기대 이론은 대중이 주어지는 정보를 이용함에 있어 기계적이지 않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합리적 기대이론을 논하는 경우에 항상 등장하는 인물이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의 석학 로버트 루카스일 것이다. 그가 주장한 유명한 이론 가운데 ‘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이라는 것이 있다. 루카스 비판의 핵심은 정책이 바뀌면 그에 따라 대중의 기대와 행위도 변화하기 때문에, 정책을 구상하면서 정책의 효과를 그릇되게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대중의 기대와 행위도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유명한 야구선수가 있다고 하자. 이 선수는 타석에서 투 스트라이크 다음에는 반드시 다음 투구에 스윙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선수의 타격 경향을 보고 판단하면 다음 타석에서도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다음 투구에 스윙하리라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시즌이 끝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스리 스트라이크 아웃이 아니라 포(four)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판정 규칙을 변경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와 같이 규칙이 바뀐 다음 시즌에도 이 선수가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다음 투구에 반드시 스윙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 선수는 투 스트라이크 다음 투구에서 스윙을 할 수도 있지만 이제 한 번 기다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게임의 규칙(정책)이 바뀌면 사람들의 행위도 바뀌게 된다는 것이 루카스 비판의 핵심이다.

경제정책이 정치와 독립적일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특히 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정권이 바뀌면서 일어난다. 서로 다른 성장배경과 이념, 그리고 인간관계를 가진 지도자가 바뀌는데 정책의 근간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무리다.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 교체되는 시기에 있다, 그에 맞춰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미국과 일본, 이제는 유럽까지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서두르고 있다. 해외의 양적 완화는 우리의 환율을 급락시키고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인수위원회에서 지나친 공약의 수정론이 대두했을 때 대선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고 못을 박은 바가 있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가 정책의 핵심이 되리라는 것을 국민들은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 미래에 대한 자기들의 기대(예측)를 이미 바꾸었을 것이다. 벌써 노인연금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항의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같은 정책은 항구적인 변화다. 경제민주화에 따라 재벌 개혁을 위한 입법을 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한 번 시행하기 시작하면 다시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항구적인 정책은 불황에 대처하는 경기안정화 정책과 같은 일시적인 정책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항구적인 정책은 제도적인 접근을 통해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수립해야만 한다. 자칫 철저하지 못한 분석을 통해 잘못된 항구적인 정책을 도입할 경우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청년 실업, 양극화, 재벌 문제 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경기안정화 정책은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불황기에는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호황기에는 세수를 늘려 나랏빚을 갚는 전략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고 통화정책 또한 지금보다는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달나라의 정책이다. 재정지출은 엉뚱한 곳에서 일어나고, 특히 지극히 경직적인 한국은행은 달나라의 중앙은행이 아닌지 의심이 가게 할 정도다. 정권이 바뀌는 지금 과거의 정책을 반성하여 참고하고 특히 항구적인 정책변화의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한국경제신문 2월 18일자 A38면

조장옥 <서강대 교수·경제학choj@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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