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STX에너지 이어 동양시멘트도 200억 유치
풍부한 유동성…경영 참여·제휴
▶마켓인사이트 2월21일 오전 5시47분
일본 기업들이 국내 유동성 부족 기업들의 현금 공급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자금난을 겪어온 STX와 동양, 대한전선 등이 최근 자본확충 과정에서 모두 일본 자본을 유치했다.
일본 기업들은 사업 관계가 있는 국내 대기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이용, 경영상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지원군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국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해지면서 취약업종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 확보가 그만큼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신용경색 틈타 자금지원
동양시멘트는 지난 20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일본 보험회사인 타이요생명으로부터 202억원의 자본을 유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다음달 8일 63만여주를 주당 3170원에 배정할 예정이다. 주식 취득 이후 타이요생명의 동양시멘트 지분율은 4.76%다.
STX그룹과 대한전선도 지난해 12월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과 일본 최대 전선회사인 스미토모전공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한전선은 34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스미토모전공으로부터 90여억원을 투자받았다. STX그룹은 STX에너지 신주와 구주 등을 오릭스코퍼레이션에 팔아 3599억원을 확보했다.
동양과 STX그룹, 대한전선은 현재 대규모 자산매각과 자본확충을 포함한 재무개선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식을 사줄 투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본 금융회사가 자금난에 빠진 저축은행을 통째로 인수하는 사례도 곧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6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다음달 26일 1941억원 규모 사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투자자로는 일본 금융그룹인 SBI홀딩스가 단독 참여할 예정이다. 증자 후 지분율은 약 90%다.
○국내 기업과 정보교류 강화
일본 기업들은 국내 기업 지분투자를 통해 종전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사업 협상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고위험 고수익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이요생명의 경우 2009년 동양그룹 계열 보험사인 동양생명 주식을 매입(현재 4.99%)하는 등 동양그룹과 오랜 제휴 관계를 유지해왔다. 대한전선도 2001년부터 스미토모와 광섬유 관련 기술을 제휴해왔고, 최근 공동마케팅 등 사업 전 영역에 걸친 협력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해 자국 내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 국내 직접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한국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의 27.9%에 해당하는 45억4100만달러를 투자했다. 전년보다 98.4% 급증한 규모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제치고 최대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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