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박찬욱 스타일' 맘껏 보여줬죠"

입력 2013-02-21 16:39
수정 2013-02-21 21:29
미국 진출작 '스토커' 연출한 박찬욱 감독
28일 국내 먼저 개봉…현지 영화계서 찬사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가 오는 28일 국내에서 먼저 개봉된다. 18세 소녀 인디아가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가 나타나면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내용의 스릴러. ‘히치콕 감독의 놀랍고 기이한 스릴러와 동화적 요소, 현대적인 뒤틀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아냈다’(버라이어티지) 등 미국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21일 서울 남산의 한 호텔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영어도 못하는 사람을 데려다 찍게 한 것은 잘하는 것을 해달라는 것이죠. 그래서 (잘하는 것을) 해줬어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에서 인간의 심연을 파고 들어가 가장 저열한 본능을 길어올렸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고립된 스토커 가문 사람들의 본능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가진 작품세계나 개성이란 게 있다면 미국 회사가 그런 걸 좋아하니까 나보고 와서 만들자고 했을 것”이라며 “그들도 그걸 존중해주고 맘껏 발휘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미국 촬영현장은 한국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숨돌릴 틈도 없었다고 했다. “40회차 촬영으로 모든 것을 끝냈다. 이는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래서 초 단위까지 진땀을 빼며 찍었다”고 했다.

“현장에서 모든 걸 확인해서 찍을 틈이 없어 걱정했는데, 편집을 하다 보니 다행히 많이 놓치지는 않았더군요. 정정훈 촬영감독이라는 제일 큰 조력자를 데려갈 수 있어서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어요.”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엔터스 밀러가 쓴 각본에 개입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각본은 누가 연출해도 비슷해요. 이번 각본은 감독마다 달리 나올 만한 것이었어요. 여백이 많고 채워넣을 부분이 풍부했으니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많이 봤죠. 오프닝과 클로징 장면도 새로 만들었고. 다만 큰 골격과 인물 묘사는 그대로 놔뒀어요. 한마디로 각본의 장점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제 역할이었어요.”

할리우드에서 작업하며 가장 좋았던 것은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이라고 했다. “주연으로 출연한 니콜 키드먼, 매슈 구드, 미아 바시코프스카 등을 만날 수 있었다는 거죠. 피아노 음악을 만든 필립 글라스란 작곡가는 내가 어릴 적부터 숭배했던 분이고, 전체 음악을 총괄한 클린트 만셀이라는 작곡가도 음악을 먼저 듣고 충격을 받았던 사람이었어요. 사진작가 매리 엘렌 마크도 정말 존경하는 분이었습니다.”

‘스토커’는 다음달 1일 미국에서 5개 도시부터 시작해 관객 반응에 따라 스크린 수를 점차 늘려가는 ‘롤아웃’ 방식으로 개봉된다. ‘블랙스완’도 이 방식으로 개봉했다.

“시작할 때는 5개 도시에서만 선보이지만 3주차에 50개, 그다음에 300개 스크린으로 확확 늘려나가는 방식이죠. 그게 다 관객의 반응이 어떤가에 달렸어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한 명의 관객에게라도 더 접근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요. ”

옆에 앉은 인디아 역의 바시코브스카는 박 감독이 매우 섬세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촬영 시작 전에 스토리보드 책을 주면서 모든 이미지와 디테일을 보여줬는데, 굉장히 섬세했고 많은 은유와 상징을 활용해 설명해줬다”며 “배우들의 생각이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고 반영해주는 등 정말 멋진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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