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공 손

입력 2013-02-20 17:20
수정 2013-02-20 21:27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곤충기’로 유명한 파브르가 프랑스 아비뇽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빅토르 뒤뤼이 교육부 장관이 찾아왔다. 장관은 악수를 하며 실험실을 개조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파브르는 “실험으로 더러워진 손을 잡아주는 것만도 영광”이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장관은 감동해서 파브르의 손을 치켜들며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이 손은 일하는 손입니다. 흙과 약품, 펜과 현미경을 만지는 손이 얼마나 고귀합니까?”

손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다.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사용하다 보니 삶의 흔적들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우리 일상 언어 중에도 ‘손’이 들어간 표현이 많다. 무슨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을 때 ‘내 손 안에 있다’고 한다. ‘손이 모자란다’는 건 사람이 부족한 경우 쓰는 표현이다. 감쪽같이 속아넘어갔을 땐 ‘그의 손에 놀아났다’고 한탄한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손은 눈에 보이는 뇌”라고 한 것도 일리가 있다. 류임주 고려대 의대 교수팀이 20대 초반 농구선수 19명과 일반 대학생 20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한 결과 손의 움직임이 많은 농구선수의 소뇌 일부가 14%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처럼 손으로 악기를 다루는 음악가의 소뇌도 일반인보다 발달해 있다고 한다. 커피잔으로 손을 따뜻하게 해 주었더니 주변 사람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너그러워지더라는 실험 결과도 있다.

손의 구조는 복잡하다. 손가락 손바닥 손목 등 27개의 뼈로 이뤄진다. 두 손을 합치면 총 54개로 몸 전체 뼈의 4분의 1 정도가 손에 집중돼 있다. 신경 힘줄 혈관과 조화를 이루며 정교한 작업을 수행한다.

스위스 로잔공대 신경 엔지니어링연구소가 감각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인공 손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사람 팔에 있는 주요 신경부분에 전극을 달아 뇌로 연결되는 신경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을 썼다. 인공 손을 이식받으면 손가락 끝과 손바닥, 손목 등에 달린 40개의 센서를 통해 실제와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단다. 기존 인공 손은 뇌의 신호에 따라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감각까지 느끼지는 못했다. 올 하반기 로마에서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20대 환자에게 이식할 계획이라고 한다.

얼마 전 영국에선 기관지 신장 췌장 등 인공장기에 인공혈액이 흐르는 로봇 ‘렉스’가 개발됐다. 홍채와 망막기능을 갖춘 눈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인공 달팽이관으로 소리를 듣는다. 음성합성 시스템으로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이제 감각을 느끼는 손까지 개발됐으니 ‘6백만불의 사나이’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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