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중의 질투를 법제화하자는 임원 연봉공개

입력 2013-02-19 17:19
수정 2013-02-20 01:15
국회 정무위원회가 어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상장사의 개별 임원보수 공개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이 개정안은 여야간 큰 이견이 없어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일정액(약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사 임원 개개인의 보수와 산정기준 및 방법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개별 연봉 공개는 17, 18대 국회에서도 추진하다 보류됐고,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검토하다 막판에 빠졌는데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다시 강행되는 것이다.

정치권이 내건 명분은 그럴싸하다. 개개인의 연봉을 공개해야 연봉 통제·감시를 강화하고 경영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개별 임원보수를 공개하거나 강화하는 추세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연봉 10만달러(약 11억원) 이상 상위 5명, 일본은 1억엔(약 11억5000만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한다. 국내에선 등기임원의 보수총액과 1인당 평균액을 지금도 공시하고 있다.

물론 경영성과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세계적으로 공시가 강화되는 추세인 것도 맞다. 그러나 임원 연봉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사적자치의 영역이며, 개개인의 연봉은 프라이버시에 해당된다. 이미 1인당 평균액이 공개돼 대체적인 연봉 수준은 지금도 금세 알 수 있다. 미국의 연봉공시가 잘 돼 있다지만 이는 이사회 결정사항을 주주에게 공개한다는 성격을 갖는다. 주총에 의해 임원 보수총액을 통제받는 국내 현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치권이 연봉공개를 밀어붙이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또 무슨 효과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액 연봉을 용인하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작은 연봉 격차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 결국 연봉공개는 재벌 총수, CEO 등에 대한 여론재판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도 모자랄 판에 대중의 질시를 법으로 정당화하는 꼴이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특권은 고수하면서 여론의 화살을 경영자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을 산다. 연봉은 하향평준화돼야 하고, 성공한 샐러리맨은 나와선 안 된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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