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롯데쇼핑, 엔저에 웃는다

입력 2013-02-19 17:16
수정 2013-02-20 01:35
포스코·롯데쇼핑 등 최대 3600억원 외환평가이익
환차익 수혜로 주가도 올라…"장기 상승 미지수"



엔화 가치 하락이 3개월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엔저로 반사이익을 보는 상장사가 있다. 엔화 부채를 많이 갖고 있어 엔화가 떨어질수록 환차익을 얻는 기업들이다. 포스코, 롯데쇼핑, 현대제철 등이 대표적이다. 엔저로 인한 환차익은 지난해 4분기부터 이들 기업의 외환평가이익에 반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약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인 만큼 이들 기업의 주가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엔저에 따른 수혜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여 지나친 기대는 삼가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엔화 부채로 환차익 발생

원·엔 환율은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하락해 18일 100엔당 1152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142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19.15%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엔화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규모 외환평가이익을 거두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7100억원의 엔화 부채를 가진 롯데쇼핑은 4개월 만에 1352억원의 외환평가이익이 발생했다. 김경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일본에 법인을 두고 있어 일본 금융회사와 많은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엔화 부채가 많다”며 “최근 급격히 엔화 가치가 하락하며 줄어든 부채가 외환평가이익에 반영돼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조9000억원가량의 엔화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도 같은 기간 3600억원의 외환평가이익을 얻었다. 포스코 역시 롯데쇼핑처럼 일본에 ‘포스코 재팬’이라는 법인을 두고 있다.

이외에 현대제철은 1143억원, 한국가스공사는 838억원의 외환평가이익을 벌었다. 비에이치아이, 엘앤에프 등 규모에 비해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도 대표적인 엔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주가에 호재” vs “일시적일 것"

대규모 환차익 수혜는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0월 초 33만1000원에 거래됐지만 19일 3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개월 사이 14.50% 올랐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엔저로 인한 외환평가이익을 많이 얻은 기업이다 보니 외환평가이익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됐다”며 “향후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주가는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 주가도 최근 3개월 사이 18.18% 올랐으며 현대제철도 13.30% 상승했다. 규모에 비해 엔화 부채가 많은 비에이치아이는 같은 기간 21.97% 올랐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인 만큼 엔저 수혜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엔저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병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가 더 지속돼도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며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 등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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