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SK그룹의 미래 언급
'그룹 위기설' 인식한 듯 "기업 외부환경 평탄한 적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입니다. 이 호칭이 아직 쉽지 않네요.(웃음)"
김 의장의 첫 인사말. 아직 호칭이 입에 붙지 않은 듯 그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언급했다. 온화한 인상의 김 의장이었지만 SK의 미래와 현재를 이야기할 때는 다부진 눈빛과 함께 강한 어조가 튀어나왔다.
18일 김 의장이 '데뷔 무대'를 가졌다. 서울 서린동 SK수펙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SK 계열사의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김 의장. 지난달 김 의장이 선출된 뒤 언론 앞에 서는 첫 공식자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최태원 SK회장의 법정구속 직후인 만큼 김 의장의 입에 시선이 쏠렸다. 당초 SK그룹 측은 가벼운 오찬 자리로 기획했지만 날카로운 질문과 묵직한 대답이 오가면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김 의장은 최 회장의 공백과 관련, "적잖이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최 회장이 그간 힘써왔던 부분들이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미흡함이 있진 않을까 하는걱정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생각해보면 고통과 어려움이 있을 수있지만 5년, 10년, 20년 뒤에 다시 돌이켜보며 (매일의 고통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은 걱정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말했다.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모두 달랐지만 방향은 일관됐다. '멀리 보며 왔다. 다시 멀리 보며 가겠다'로 정리된다. 최 회장의 '공백'와 함께 재기된 '그룹 위기설'을 타파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김 의장은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언제나 우리에게 우호적이고 평탄하기만 한 적은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변화를 추구하고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SK의 새로운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 역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SK가 1953년 (선경직물로) 출발한 이후 2002년께엔 계열사가'따로 잘 되는 것'을 중요시했다면 2006~2007년에는 '또 같이'를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론'따로 또 같이'로새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 김 의장은 새 체제에서 본인의 역할을 '조정'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6개 위원회에선때론 빈 구멍이 있을 수 있고, 때론 이견이 나올 수도 있다"며 "나름대로 오랜 세월을 SK 식구들과 함께 해온 경험과 경륜으로 조정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선장이 '사라진' 배를 베테랑 선원들이 이끌게 됐다. 경험과 경륜으로 이끄는 배는 제 시간과 장소에 잘 도착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공이 많아져 '산'으로 가게 될까.비상경영에 돌입한 SK의 '따로 또 같이 3.0'이 더 주목되는 이유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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