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데이터센터에는 일반 제조공장에나 있을 법한 ‘굴뚝’이 있습니다.”
15일 부산시 강서구 구랑동 미음지구의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 이곳에서 만난 LG CNS 직원은 센터 내부 전산실의 천장 부근에 일렬로 뚫려 있는 구멍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서버의 발열로 인해 뜨거워진 공기가 이 구멍을 통해 공기 통로인 ‘풍도(風道)’로 모여 한꺼번에 배출된다는 것이다.
전산실의 뜨거운 공기는 전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식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설계다. LG CNS 직원은 “친환경 설계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기료를 눈에 띄게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바깥 공기 이용해 냉각
LG CNS가 지난해 12월 완공해 올해 초 가동을 시작한 부산 데이터센터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친환경 기술을 채택한 데이터센터다. 1차로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축구경기장 5개에 해당하는 연면적 9777평에 공급받는 전력 규모는 7만2000대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4만킬로볼트암페어(KVA)에 달한다. 하지만 구상 단계부터 ‘그린 정보기술(IT)’를 목표로 내걸어 규모 대비 전기 사용량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풍도와 더불어 채택한 ‘빌트업 공조’는 친환경 기술의 핵심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6~9월 넉 달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바깥 공기를 끌어들여 전산실을 냉각할 수 있다. 가산 데이터센터에 2009년 적용한 외기 공조 방식이 연중 3~4개월밖에 활용할 수 없었던 것에 비해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LG CNS 관계자는 “이 기술을 사용하기 힘든 여름철에도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싼 야간에 물을 얼려 냉각에 활용하는 ‘빙축열’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전원장치(UPS)를 필요할 때마다 늘릴 수 있게 모듈 형태로 갖춘 것도 눈에 띄었다. LG CNS는 “현재는 각 시설이 갓 입주를 시작해 가동률이 15%에 불과하다”며 “각 전력설비를 필요할 때마다 충원할 수 있게 해 감가상각비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면진 설비
데이터센터 지하에 내려가 보니 건물을 받치고 있는 고무기둥이 눈길을 끌었다. 리히터 규모 8.0 이하의 진동을 흡수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에 갖춰진 면진 설비다. 이 같은 기둥이 총 96개 설치돼 있다. 기둥 가운데에는 납으로 된 뼈대가 있어 건물이 원위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잡아준다.
LG CNS는 부산 데이터센터에 해외고객도 대거 유치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허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면진 설비는 안전성을 우려하는 해외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직원은 “특히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1층에서는 IBM과 손잡고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를 볼 수 있었다. 컨테이너 내부에 서버와 스토리지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이 데이터센터는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데이터센터 구축기간을 4~5개월로 줄여 주고 운영비도 기존 데이터센터에 비해 훨씬 덜 든다.
LG CNS는 이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완공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 4만평 규모의 ‘데이터센터 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관련 서비스 사업을 수주하고 글로벌 개발센터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손준배 LG CNS 상무는 “첨단 데이터센터는 한 나라의 IT 역량을 보여준다”며 “IT 트렌드를 반영한 명품 글로벌 데이터센터 파크를 통해 국내 IT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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