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전용면적 84㎡(옛 34평형) 아파트가 나왔다.
17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형의 전세물건 2개가 최근 9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세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이맘때 8억원 선이던 전세가격은 전세난의 여파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올 1월19일 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2일에도 9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로열층 전세매물은 현재 9억~9억3000만원 선에 나와 있다.
이는 강북 아파트 2채를 사고도 남는 가격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강북 14개구 아파트 평균가격은 3억9350만원이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셋값 고공행진은 입지·학군·단지구성 등 수요자들의 주거선택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란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 단지 주변으로는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고 있어서 서울 전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주변에 신세계백화점 등 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하다.
또 계성초 세화여고 세화고 등의 학군도 서울시내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구성도 기존 단지들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헬스클럽 등 다양한 단지 내 편의시설과 단지조경이 조화롭게 배치돼, 입주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퍼스티지 공급 이후 부동산시장 장기침체로 강남권에서 고급스런 대단지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아 희소성이 높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거래가격은 층에 따라 12억35000만~13억4000만원 선이다. 3억~4억원만 더 주면 주택구매가 가능한 데도 매매는 이뤄지지 않는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주택시장 침체로 요즘은 구매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구매에 나서는 수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도 “최근 들어 신반포1차, 반포주공1단지 등 주변 단지들이 대거 재건축에 나서고 있다”며 “이들 단지가 완공되면 희소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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