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무대 뒤편에 설치된 피라미드형 계단 세트 꼭대기에 이집트의 지배자 파라오가 등장한다. 객석을 등진 채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서 있다가 휙 돌아선다. 검은 구레나룻에 쭉 빠진 나팔바지. 영락없는 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습이다. 무대 한가운데로 천천히 내려온 파라오는 다양한 의상을 입은 신하들과 함께 로큰롤 음악에 맞춰 그의 꿈 이야기를 흥겹고 열정적인 노래와 춤으로 들려준다. 처음 보는 왕궁을 구경하다 꿈 이야기 후반부를 놓친 요셉의 요청으로 앵콜 공연까지 마친 파라오는 “수천년 후에 나를 꼭 빼닮은 로큰롤의 황제가 등장할 것”이라며 익살을 떤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사진)의 2막 전반부에 나오는 ‘왕의 노래’ 장면이다. 뮤지컬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제작·작곡)와 팀 라이스(극작)가 20대 초반이던 1968년 만든 이 작품은 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의 이야기를 무대화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쉬운 멜로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춤, 다채롭고 화려한 장치와 의상이 특징이다.
야곱의 11번째 아들인 요셉은 형제들의 음모로 이집트 노예로 팔려가 온갖 고초를 당하다가 남다른 해몽 능력으로 파라오의 눈에 들어 나라를 다스리는 재상이 된다. 요셉은 흉작으로 이집트에 먹을 것을 구하러 온 형제들과 재회해 깊이 뉘우치는 그들을 용서하고 화해한다. ‘요셉 어메이징’은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처럼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야기를 풀어낸다.
웨버와 라이스가 젊은 시절에 만들어서일까. 곳곳에 등장하는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시도에 젊은 예술인들의 유머와 재치, 풋풋함이 엿보인다. 요셉의 형제들이 그를 노예로 팔기 위해 작당하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이집트 부호 포티파는 한 손에 휴대폰, 다른 손에 골프채를 들고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꿈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이뤄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전달한다. 성서에서 이야기를 따왔지만 종교적 색채는 찾아볼 수 없다.
라이브앤컴퍼니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함께 만든 국내 첫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전형적인 가족 오락 뮤지컬이다. 요셉 역에 가수 조성모와 부활의 보컬 정동하, 제국의아이들의 임시완, 탤런트 겸 뮤지컬 배우 송창의 등 4명을 함께 캐스팅하는 스타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요셉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공연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지난주 먼저 무대에 오른 조성모와 정동하는 특유의 가창과 캐릭터로 각자 개성 있는 요셉을 보여줬다. 해설자 역의 김선경과 최정원은 베테랑 배우답게 노련하고 능숙하게 극을 이끌었다. 파라오·포티파 역의 조남희, 김장섭, 이정용은 무대와 객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무대를 빛내는 요소는 야곱의 아들들과 부인들, 파라오 신하들 등 다양한 배역으로 나오는 앙상블 20여명이 빚어내는 춤과 노래다. 엄청난 연습량을 느끼게 하는 이들의 완성도 높은 호흡과 하모니는 기립 박수를 받을 만하다. 4월11일까지. 7만~1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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