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가슴에 담고 싶다, 봉긋한 저 오름의 맨 얼굴을…

입력 2013-02-17 16:01
수정 2013-02-17 23:17
제주 가시리 마을 맛보기

따라비오름 등 13곳 '그림같은 풍경'
갑마장길·조랑말박물관, 말 역사 한눈에…



한라산 동남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푸른 병풍 같은 오름들로 둘러싸인 마을이 있다. 서귀포시 표면선 가시리 마을. 예전에는 오지나 다름없던 이곳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문화공간을 만드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 때문이다. 지금종 조랑말 체험공원 원장은 “가시리 마을은 제주 중산간 지역이 갖고 있는 매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설오름,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 등 무려 13개의 오름이 있고, 그림 같은 풍광과 제주 조랑말의 역사가 숨어 있는 가시리 마을은 우리가 잃어버린 실낙원의 원형인지도 모른다.

가시리 마을에서 가장 매력적인 오름은 따라비오름이다. 따라비는 제주말로 땅할아버지라는 뜻. 모지오름(어머니), 장자오름, 새끼오름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능선은 부드럽고 주변을 우아하게 품고 있는 모습이 마치 여왕처럼 품격이 있어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파가 몰아친 날인데도 막상 오름 정상에 서니 바람이 한결 부드럽다. 봉긋한 오름들이 펼쳐 놓은 풍경은 눈을 시원하게 한다. 분화구 3개가 연결된 모습도 이채롭고, 능선이 만들어내는 완만한 곡선이 여인의 가슴처럼 푸근한 느낌을 준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의 목장과 목장을 구분하기 위해 심어 놓은 삼나무가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따라비오름 아래에는 ‘갑마장 가는 길’이라는 표지가 있다. 갑마장 길은 제주의 풍광과 함께 잣성(목장 경계를 표시한 돌담), 목감막터, 목감집, 목도(牧道) 등 제주의 600년 목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여정이다. 올레길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조선시대 최상급의 말을 갑마(甲馬)라 했다. 갑마장 길은 뛰어난 말을 길러낸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갑마장 길 중에 녹산로 길은 숨막힐 듯 아름답다.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이 길에 사슴 록(鹿)자를 붙인 것은 큰사슴이오름과 작은사슴이오름 사이를 지나기 때문이다.

길을 떠난 날은 마침 안개가 자욱했다. 겨울 억새가 이어져 있고 잘생긴 삼나무와 초원의 목장까지 풍성한 볼거리가 대부분 안개 속에 묻혀버렸어도 길 자체의 아름다움까지 훼손하지는 못한다. 4월이 오면 녹산로는 절정의 미모를 과시할 것이다. 길가를 따라 유채꽃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갑마장이 있던 곳은 현재 가시리 마을의 공동 목장이 됐다. 임진왜란 때 가시리 일대에서 말을 기르던 김만일이 자신의 말들을 임금에게 군마로 바치면서 이곳이 갑마장이 됐다고 한다. 갑마장 들머리에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조랑말 체험공원이 있다. 조랑말 체험공원 입구에는 ‘행기머체’라는 것이 있다. ‘머체’는 ‘돌무더기’의 제주 방언. 돌무더기 위에 행기물(놋그릇에 담긴 물)이 있었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은 용암덩어리다. 돌무더기 위에 나무가 자란 모양이 독특하다. 제주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다. 이런 식의 돌무더기로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며 동양에서 가장 크단다.

아담한 규모의 조랑말 박물관에는 제주 목축문화와 관련된 유물 100여점이 정갈하게 전시돼 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기계 장치를 통해 조랑말 달리는 소리가 들리게 했다. 비가 오면 풍광은 더욱 고즈넉해진다. 그 풍경이 너무 좋아 서울 사람인 장혜영 팀장은 제주에 붙잡혀 버렸다고 했다. 박물관 내 카페에서는 공정무역 커피와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재료들로 만든 먹거리를 판매한다. 조랑말 박물관에서는 조랑말 타기나 먹이 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몽골식 천막 방식으로 넉넉하게 지어진 게스트하우스와 캠핑장도 갖추고 있다.

마을의 끝에는 자연사랑 갤러리가 있다. 제주도의 꾸밈없는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서재철 관장이 2003년 폐교를 개조해 갤러리로 만들었다. 1960~1970년대 섬 사람들의 생활상은 물론 가시리의 옛 풍경까지 흑백사진에 담겨 풍경 그 자체가 됐다. 어느새 안개가 걷히자 가시리의 맨 얼굴이 드러났다. 거칠지만 순박하고 화사하지 않아도 소담한 제주의 얼굴이….

제주=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대중교통으로 가시리까지 가려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6시28분부터 하루 네 차례 운행하며 1시간이 걸린다. ‘갑마장길’은 가시리 마을회관(문화센터)에서 시작해 설오름~따라비오름~잣성~큰사슴이오름~행기머체~조랑말체험공원~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약 20㎞ 구간으로, 7시간쯤 걸린다. 조랑말체험공원(070-4145-3456)이나 가시리 마을회관(064-787-1305)에서 지도 등을 얻을 수 있다.

가시리 마을은 돼지고기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마을 안에만 10여곳의 식당이 성업 중이다. 가시식당(064-787-1035)이 ‘원조’로 알려졌다. 가시리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해비치호텔·리조트(064-780-8000)가 있다. 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010-4690-1464) 블라제리조트(064-787-2588) 명성쉼터방갈로(064-787-1121) 등의 숙박시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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