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정치부 기자 apple@hankyung.com
“아이고, 당선인은 안그래도 머리 아픈 일 많은데 무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최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점심식사를 한 재선 의원은 ‘박 당선인에게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 의원은 “식사자리에선 가벼운 담소와 덕담만 나눴다”며 “심각한 이야기를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강원을 시작으로 9일간 13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들과 지역별로 나눠 점심·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대통령 선거 때 함께 뛴 이들을 격려하려는 자리였다고 참석자들은 설명했다.
이는 또한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새 행정부의 수장이 만나는 자리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후 서울 삼성동 자택에 주로 머물면서 외부 일정을 최소화해 측근들도 쉽게 만날 수 없었다. 따라서 의원들과 만나는 자리는 박 당선인에게 지역 현안과 민심을 전하고, 논란을 빚고 있는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개편안 등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낼 좋은 기회였다.
그렇지만 참석한 이들 대부분은 그런 기회를 놓쳤다. 쌍방향의 소통 자리라기보다는 박 당선인이 얘기를 주도하는 모양새였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청문회가 ‘신상털기식’으로 간다면 누가 나서겠느냐. 그 시대의 관행들도 있는데 수십년 전의 일도 요즘 분위기로 재단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통상교섭본부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것을 두고 한 의원이 문제점을 지적하자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듣고 있었다”고 했다.
대선 과정의 수고를 격려하는 자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10여일 뒤면 5년간 나라를 이끌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이었다. 지역별 간담회뿐만 아니다. 지난 6일 새누리당 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정부조직개편안 통과를 도와달라”는 박 당선인의 부탁에 의원들은 고개만 끄덕였다고 한다. 의원들이 제대로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다면 박 당선인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정 운영의 두 축이다. ‘예스맨’ 의원과 ‘나홀로’ 당선인이 아니라 서로 간에 건강한 소통을 하는 파트너가 돼야 진짜 ‘국민행복시대’를 이끌 새 정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현진 정치부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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