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갤러리서 12일부터 '거장들의 판화전'
천경자·이우환·김창열 등 작품 30점 전시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삶의 중심이 사무실입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손쉽게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서울 방배동 본사 사무실 곳곳에 화가들의 그림을 걸어 봤어요.”(정우현 MPK그룹 회장)
“요즘 젊은 세대는 예술적 미감을 중시하더군요. 직원들의 감성 에너지가 ‘성공 유전자’로 전환될 수 있게 매주 인사동을 찾아 화가들의 그림을 사서 ‘아트 오피스’를 만드는 데 신경 씁니다.”(이충희 에트로 총판 듀오 사장)
화가들의 그림이 기업 사무실 인테리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아티젠(Arty Generation)’들이 입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아티젠’은 미술 음악 등 예술을 실생활을 통해 즐기는 세대를 뜻하는 조어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12~28일 ‘미풍 춘풍(美風 春風)-거장들의 판화전’을 연다. ‘사무실을 갤러리로 꾸며보세요’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천경자의 ‘미인도’를 비롯해 이우환의 ‘조응’, 김창열의 ‘물방울’, 오치균의 ‘감’ 등 판화 작품 30여점이 걸렸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네오누벨바그 판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인기 화가들의 판화를 보면서 작품의 시장성과 원본·사본의 관계 등을 조명해볼 수 있는 전시회다.
판매가는 점당 50만원부터 3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사무실을 비롯해 사원 휴게실, 화장실, 상담실, 회의실 등에 어울리는 그림을 큐레이터가 추천해 준다. 300만원 이하 작품은 손비 처리가 가능해 사무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큰돈 들이지 않고 좋은 작품을 구할 수 있는 기회다.
출품작들은 인물화부터 모노크롬 추상화, 핑거페인팅 등 현대미술의 프리즘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뉴욕에서 투병 중인 천씨의 판화 작품으로는 ‘길례 언니’와 ‘고(孤)’ ‘황금의 비’ ‘꽃을 든 여인’ 등 12점이 나와 있다. 꽃과 여인이 어우러진 화사한 초상화다. ‘고’는 머리에 꽃을 이고 있는 여인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냈고, ‘길례 언니’는 이국적 이미지와 원색이 더해져 친근함과 신비스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국제 화단에서 ‘미술 한류’를 이끌고 있는 이씨는 모노크롬 화풍으로 국내외에 다양한 컬렉터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극한의 절제’로 팽팽한 기운을 호흡하며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조응’ 시리즈 2점을 만날 수 있다.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씨의 판화도 관람객을 반긴다. 그의 ‘물방울’ 시리즈는 올이 굵고 성긴 마포(화면)에 영롱한 물방울을 사진처럼 정교하게 그린 작품이다. 강원도 사북의 사계 등 풍경화로 주목받아온 50대 인기 화가 오씨의 판화는 ‘감’ ‘산타페’ 시리즈가 출품됐다. 작가에게 감은 고향 땅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다.
한경갤러리 측은 “판화 작품을 슈퍼나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 비교적 싸게 구입해 사무실을 꾸밀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새봄을 앞두고 격려와 위안이 되는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꿈을 찾는 미술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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