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개혁안 통과…"실행시기 빠지고 뻔한 내용" 비판도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더 많이 회수해 국민 복지에 투입하기로 했다. 부동산세를 확대 적용하고 상속세를 도입하는 등 부자들에 대한 세금도 늘리기로 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5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소득분배 개혁방안에 관한 의견’을 통과시켰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6일 보도했다.
○국유기업 개혁 시동
중국 국무원이 소득분배 개혁방안을 확정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빈부격차 해소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지 8년 만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빈약하고 구체적인 실시 시기 등도 정하지 않은 채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의견만 제시해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사실상 이끌고 있는 정부의 개혁 의지까지 의심받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개혁방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유기업의 이익을 더 많이 회수하고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의견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까지 국유기업의 이익 중 국가가 회수하는 비율을 현재(8% 안팎)보다 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중국 국유기업의 이익규모는 2011년 1조위안이 넘었지만 정부에 대한 배당금은 823억위안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실행될 경우 연간 500억위안 이상을 더 거둬들이게 된다.
국유기업 간부들의 고액 연봉에도 철퇴를 가했다. 의견은 국유기업 간부들의 연봉 인상률이 직원 급여 평균 인상률보다 낮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국유기업 임원들의 월급외 수입을 명확히 규범화하고 직무소비, 차량 배치 및 사용, 접대 등의 소비도 엄격히 통제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주민소득을 2010년 대비 두 배로 늘리는 목표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2011년 현재 농촌지역에서 1억2800만명에 달하는 연소득 1인당 2300위안 이하 빈곤층의 숫자도 2015년에는 8000만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또 농촌지역 최저임금의 표준이 도시 종업원 평균 임금의 40% 이상이 되도록 인상할 계획이다.
민영기업에 임금 단체협상 제도 등을 적극 도입해 2015년까지 중국 전체 임금단체 협상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의 재산 공개도 시행할 예정이다.
○개혁 의지 의심
정부가 소득분배 개혁방안을 내놓은 것은 사회 불안을 해소하고 내수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지난해 0.474로 사회 불안을 유발하는 수준인 0.4를 넘어섰다.
국무원도 “소득 격차를 좁히는 것는 사회 정의와 화합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소득분배 개혁안을 통해 가난한 자의 소득 수준을 높이고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기득권층의 반발로 당초 기대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연구소의 니콜라스 보스트 연구원은 “일부 보수층의 반발이 있겠지만 오는 3월 새로 취임하는 국무원 지도자들이 1년 내에 이 방안들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리줘진(李佐軍)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자원환경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소득분배 개혁만으로는 개혁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정치체제의 개혁과 토지개혁 등이 수반돼야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등에서는 “실행성이 떨어지고 내용이 공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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