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국민연금은 세금…못 받을수도", 연금공단 "노후보장 수단…그리스도 준다"

입력 2013-02-05 16:58
수정 2013-02-06 01:12
납세자연맹 '新8대 비밀' 로 공세 … 공단측 반박
세금인가 저축인가
"계좌없는 공공재산"…"분명한 노후보장 수단"

기초연금 어디서 주나
"국민연금서 빼서 줘야"…"다른 용도로 쓸 수 없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씩 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에서 불붙은 논란이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은 저축이 아니라 세금이기 때문에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400조원에 가까운 적립금 중 최소한만 남겨 놓고 가입자에게 돌려줘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 경제에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에 대해 “연금을 해체하라는 주장은 현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미래 세대에 엄청난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올해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지급률을 조정하는 재계산이 예정돼 있고, 기초연금 지급 방식도 결정되지 않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금인가, 저축인가

납세자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국민연금 8대 비밀’이란 제목의 자료를 내놨다. 국민연금이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국민연금을 납입하는 젊은 세대는 기금이 고갈되면 자기가 낸 돈을 연금으로 타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연맹은 우선 국민연금은 저축이 아니라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환불이나 중도 해지가 안 되고, 저축계좌도 없는 공공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또 강제로 걷어가고, 그리스처럼 금융위기가 지속되면 국민연금을 못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저축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세금은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용도 외에는 쓸 수 없는 분명한 노후보장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리스처럼 금융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도 연금은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현재 많은 적립금이 있는 데다 5년마다 재정 재계산을 통해 국민연금을 지속 가능한 제도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기금 쌓아야 하나, 해체해야 하나

급속히 불어나고 있는 적립금도 쟁점이 됐다. 연맹은 국민연금이 엄청난 규모의 적립금을 쌓고 있는 데 반해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고 민간 소비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노후보장을 해주려다 경제 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민연금을 최소한만 남겨두고 가입자들에게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적립금을 쌓지 않고 나눠주면 수십년 후 노인 세대를 부양해야 할 의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지게 돼 있어 세대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기초연금만 남겨두고 국민연금을 없애버리면 노인 빈곤과 노후소득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가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대 간 부담을 분산시키는 완충장치로서 국민연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이 “유럽 대부분 국가는 적립하지 않고 세금을 징수해 나눠주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유럽 국가들도 고령화 때문에 세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일정 부분을 적립하는 등 조절장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초연금은 어디서 주나

연맹은 기초연금은 세금이 아니라 국민연금에서 빼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을 거둬 기초연금을 주면 국민연금과 세금을 동시에 내게 돼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에서 주면 이전에 납부한 보험료에서 사용해 추가적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측은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돈이기 때문에 가입자 동의 없이 보험금 지급 외에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연맹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세대의 부담이 약간 줄어들 수 있겠지만 미래 세대는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대해 막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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