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창조경제, 정부에 갇히나

입력 2013-02-04 17:02
수정 2013-02-04 22:53
현승윤 IT모바일부장 hyunsy@hankyung.com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정부는 미래와 창의,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경제를 ‘창조경제’로 보고 있다. 선진국의 발전전략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창조적인 경제를 일궈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보여줄 창조경제가 이런 취지를 제대로 담아낼지는 의문이다. 중소기업 위주로 짜야 하고, 일자리도 늘려야 하고, 사람 중심의 질적 성장을 해야 한다는 등 전제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관심이 지대한 창조경제를 전담하는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다. 본부 공무원 수만 1000명에 가까운 ‘공룡 부처’다. 4대강 사업처럼 창조경제 성과도 대통령 임기 내에 내놓아야 한다.

'공룡부처' 미래창조과학부

손쉬운 방법은 돈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만 있어도 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고, 정책자금이나 은행 대출도 투자로 바꿔주는 식으로 제도를 바꾸면 된다. 부족한 재원은 공기업이나 민간 대기업 손목을 비틀어 해결한다. 2000년대 초 벤처붐과 같은 머니게임이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이런 게 아니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고통과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피해를 처음에는 안겨준다. 독일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15세기에 발명한 금속활자 인쇄기는 서구 문명의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수많은 필경사들을 실업자로 전락시켰다. 영국에서 19세기 초 벌어진 기계파괴(러다이트) 운동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에 벌어졌다.

스마트폰도 다를 게 없다. MP3플레이어와 PDA, 콤팩트카메라 등을 만들던 기업들은 물론 서점과 무가지 등 전혀 무관해보이던 업종까지 무너지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경제성장 과정을 다룬 책 창업국가(댄 세노르·사울 싱어 공저) 추천사에서 “우리는 그들(창업에 나선 젊은이들)에게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며 “그 점이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성공이 정부의 잘된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자유롭게 놔두고 기다려야

이스라엘은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창조자들조차 확신을 갖고 추진했던 것들의 대부분이 시행착오로 판명이 나는 마당에, 정부가 어떻게 창조경제를 주도할 수 있겠는가. 창조인지 시행착오인지 결정하는 주체는 시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다.

미래부는 창조경제를 정부에 가둬놓기보다는 사람들에게 활짝 열어줘야 한다. 도둑질하거나, 속이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는 다 허용해주겠다는 자세로 말이다. 당장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 것들조차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판단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 공무원들이 ‘완장’을 휘둘러야 할 대상은 정부의 다른 부처들이다. 창조경제에 맞게 교육제도를 뜯어고치라고 교육부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 1970년대 집단노동에 맞춰진 노동구조도 바꾸라고 고용노동부에 전화를 해야 한다. 무언가 해보려다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패자 부활’ 기회를 만들라고 복지부에 요구해야 한다.

사람들을 더 풀어주고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놔두면 이런저런 것들을 고쳐달라고 정부에 더 많이 얘기할 테고, 모든 부처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전통으로 만들어가다 보면 창조경제는 자연히 싹틀 것이다.

현승윤 IT모바일부장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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