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이팔성 회장은 왜 금호종금 인수를 결정했을까

입력 2013-02-04 09:14
이 기사는 01월31일(06: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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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회사 우리PE 살리려는 고육책
- 우리은행도 펀드 출자, BW인수로 물려 있어

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인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종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 자문사를 선정하려고 미래에셋증권 등에 제안서를 내라고 RFP까지 돌렸으니 진도가 꽤 나간 모양새다. 성사되면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에선 최로로 기록될 전망이다. PEF 운용사의 모회사가 PEF 투자 기업을 사들이는 일은 전례가 없던 터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호종금 매각 성사될까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PE는 작년 9월 한국금융지주와 금호종금 매각 협상이 깨진 이후부터 우리금융지주에 구원 요청을 해왔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입찰을 재개해 제3자에게 파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았지만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금융지주 카드를 조심스럽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작년 말에재개된 매각 입찰엔 2곳이 뛰어들어 실사까지 마쳤다. 입찰에 참여한 PEF 운용사 한 곳은 감자 등을 포함해 인수 조건을 담은 문서(term sheet)를 건넸다. 이 운용사는 금호종금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데다 BIS(자기자본비율)도 종금사 기준치인 8%를 밑도는 것으로 평가했다. 신주 인수 방식으로 금호종금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재무상태로는 들어갈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단 셈이다.

우리PE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받아 금호종금에 투자한 PEF 운용사가 투자 기업에 대해 감자, 출자전환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사망선고’를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PE는 금호종금의 재무 상황에 대해 “자본잠식이 아니며, BIS도 기준치를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에 RFP를 돌린 것과 2차 매각 입찰 실패는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실사를 마친 2곳이 금호종금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우리PE는 마지막 수단으로 모회사에 ‘SOS’를 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참여의 속내
벼랑끝에 선 우리PE는 그렇다치더라도 우리금융지주는 왜 금호종금 인수를 결정했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손자회사격인 금호종금의 부실을 모회사로서 책임져 종금 예금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첫번째다. 이와 함께 우리투자증권과 합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종금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우투증권이 예금자보호 CMA, 기업대출, 발행어음 등 다양한 신규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IB업계에선 이에 대해 “일리있다”는 반응과 함께 “표현하지 못할 속내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PE는 물론이고,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우리은행도 금호종금에 물려 있기 때문에 ‘결자해지’에 나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추론이다.

우리은행은 우리PE의 주요 LP(펀드 출자자)다. 금호종금에 투자한 1호 펀드 자금의 60% 가량이 우리은행 돈이다. 나머지 출자자는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금호종금에 후순위 BW(신주인수권부사채) 200억원어치도 갖고 있다.

보통 BW는 발행자 입장에선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자에 선순위 자격을 준다. 발행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먼저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08년께 금호종금이 발행한 후순위 BW는 이런 권한이 없다. 이밖에 유진투자증권이 금호종금 회사채 150억원 어치를 갖고 있고, 개인들도 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종금이 무너질 경우 파장이 걷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격
우리금융지주가 금호종금 인수에 성공하기 위한 최대 난관은 가격 이슈다. 비싸게 사면 배임 문제가 될 수 있고, 싸게 사면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 가격이 과연 얼마인가의 문제다. 우리PE의 금호종금 인수가격은 870억원이다. 우리PE로선 최소한 원금이라도 건지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자본잠식 우려가 있는 회사에 그만한 돈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PE가 갖고 있는 구주를 어느 정도 인수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금호종금 매각은 구주 매각과 신주 인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PE는 최대한 구주를 많이 팔기 원하지만 인수자 입장을 고려하면 구주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주가가 오르면 장내외에서 팔아 이익을 실현하면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공정가격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금호종금 인수전 완주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