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업 사회적 책임 선도해 온 SK인데…국민 신뢰 저버렸다"

입력 2013-01-31 17:24
수정 2013-02-01 02:07
최태원 회장 법정구속 - 계열사 자금 497억 횡령 혐의 유죄 선고

"경제 영향 감안해 양형 낮추는 것 안돼"
비자금 139억 편취 혐의는 무죄로 판단



최태원 SK 회장이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에 법정구속이라는 무거운 판결을 받은 것은 최근 경제민주화라는 정치권 분위기가 법정에서도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재계 총수들이 경제 산업적 기여 등이 고려돼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았던 반면 이번에는 구속 예외를 인정할 사유가 없다고 판시됐다.


○그룹 회장 형 ‘유죄’, 부회장 동생 무죄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변호인과 최재원은 자금 임의 사용을 요청한 것은 최재원이라고 주장했으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최태원과 김준홍의 공모 관계가 인정되고 최태원의 지시로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인정해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라고 판시했다.

형법에 따르면 펀드 출자용 선지급금은 용도가 특정된 금원으로서 위탁 취지에 반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된다.

재판부에 따르면 2008년 10월말부터 12월 초까지 약 한 달 사이에 SK텔레콤 등 SK그룹 주력 계열사가 중심이 되어 1000억대 자금이 펀드에 투입됐다. 펀드 결성이 별다른 내부 검토 없이 최 회장의 개인재산관리 조직인 SK관재팀의 주도하에 추진된 객관적 정황이 확인된 만큼 유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앞서 “펀드에 자금이 송금된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계열사 임원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반납받는 방식으로 14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다. 반면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서는 “진술을 번복하는 등의 정황으로 볼때 유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기업 책임 져버려”

재판부는 최태원 SK회장이 대기업의 책임을 져버리고 국민 불신을 가중시켜 죄질이 무겁다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서 누구보다 합리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하는데 자금을 사적인 목적으로 유용하고 회사를 사유화했다”며 “선경그룹 시절부터 경제개발과 사회적 책임을 선도해 온 국민기업 SK그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져버리고 대기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국민의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일시적으로 나마 유출된 횡령액에 수백억원대에 달하고, 재판과정에서 진실되지 못하고 공동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사면 복권되고 불과 3개월 후에 이뤄졌다는 점도 종합 고려해 실형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형 기준’대로…법정 구속도 예외 안돼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양형기준에 의거해 법리적으로만 따진 판결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횡령·배임죄’에 대해 최소한도로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이 징역 4년이다.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에게 징역 4년, 동생인 최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는 동일한 양형기준을 적용받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4000억원대 배임 혐의)에게 징역 9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1400억대 배임 혐의)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어 이에 비하면 오히려 가벼운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과거와 달리 재계 총수로서의 경제적 기여도 이번에는 참작 대상이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SK의 위상을 생각할 때 유죄 판결만으로도 계열사들의 충격이 지대하고 이 판결로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다”면서도 “대기업들의 무리한 영역 확장과 과도한 이윤 추구 경영으로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됐다는 것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해선 안되듯이 피고인의 경제적 영향력이 경감 사유가 되는데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최소한으로 보더라도 사적 투기 목적으로 465억원의 자금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중대한 사안”이라며 “실형 선고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 구속하도록 돼 있는데 피고인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정소람/윤정현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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