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이름 바꾼 블랙베리, 재기할까

입력 2013-01-31 16:56
수정 2013-02-01 03:57
<RIM→블랙베리>

쿼티자판 없앤 터치폰 공개…시장 "실망" 주가 12% 하락


캐나다 스마트폰 제조회사인 리서치인모션(RIM)이 회사 이름을 ‘블랙베리’로 바꾸고 ‘쿼티(QWERTY)’ 자판을 없앤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블랙베리Z10’을 내놨다.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블랙베리가 부활할지가 관심사다.

○사명 변경

블랙베리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블랙베리10’을 탑재한 신제품들을 발표했다. 회사 이름도 블랙베리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프랭크 볼번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새로운 회사 이름은 이사회 승인을 이미 거쳤고 미국 나스닥에서 BBRY,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선 BB라는 티커로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이름까지 바꾼 이유는 RIM이라는 사명보다 브랜드 이름의 인지도가 더 높아서다. 그동안 강력한 이메일 기능 등의 장점을 내세워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면, 이제는 소비자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전략이다.

○터치스크린 적용

이날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토르스텐 하인즈 RIM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스마트폰은 4.2인치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블랙베리 Z10’과 ‘블랙베리Q10’ 두 가지다. 이 중 Z10은 블랙베리 모델의 상징이었던 쿼티 자판을 없앴다. 화면 전체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했다.

제품 사양은 경쟁사 모델들과 비슷하다. 1.5㎓ 듀얼코어, 4.2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800만화소 카메라 등을 적용했다. 인치당 화소 수는 356ppi로 아이폰5(356ppi)나 갤럭시S3(300ppi)와 비슷한 수준이다. Z10은 31일 영국을 시작으로 2월5일 캐나다, 10일 아랍에리리트(UAE) 등에서 출시된다. 한국 출시는 미정이다.

쿼티 키보드를 단 스마트폰 블랙베리 Q10은 3.1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발표일 주가 12% 하락

블랙베리 주가는 신모델 기대감으로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25일까지 68% 올랐다. 하지만 신제품이 발표된 30일 뉴욕 증시에서 블랙베리 주가는 12% 떨어졌다. 애플 아이폰5나 삼성전자 갤럭시S3 등 경쟁 제품을 무너뜨릴 ‘한 방’이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블랙베리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50%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블랙베리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7.4%로 6위에 그쳤다. 중국 화웨이(7.6%)보다도 못한 수치다.

블랙베리가 내놓은 새 OS(블랙베리10)는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와는 다른 생태계다. 블랙베리10 OS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은 애플이나 구글의 OS에 비해 많지 않다. 블랙베리 측은 블랙베리10 OS에서 쓸 수 있는 앱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윈도를 기반으로 한 OS(윈도폰8)를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블랙베리 역시 자사 OS를 근간으로 하는 모바일 생태계를 얼마나 넓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번에도 신제품이 실패하면 블랙베리는 하드웨어 시장을 포기하고 라이선스 또는 서비스사업 매출에만 의존하거나 회사를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이 블랙베리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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