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좁아지면서 초대 문화 사라져…이웃간 소통 되살리는 방법 찾았으면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csrim@hanafn.com>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주거면적은 일본보다 좁다고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도 훨씬 좁다. 우리나라의 1인당 주거면적은 25㎡로 일본(29.4㎡)보다 작고, 미국(55.9㎡) 독일(47.6㎡) 영국(40.3㎡) 등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 가구가 거주하는 면적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면적은 증가해왔지만 최근 그 증가율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가구당 면적 증가율은 연 평균 7.8%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1.1%로 크게 둔화됐다. 이유는 가족구성이 변했기 때문이다. 4인 이상 가족 비중이 감소하고, 1~2인 가구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소형주택이 늘어나면서 가구당 면적 증가율도 둔화된 것이다. 경제적 이유도 크다. 대출을 안고 집을 구하는 대다수 국민들 입장에서 넓은 집을 구입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좁은 집에 사는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집이 가지고 있던 문화적 기능마저도 축소되거나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집들이, 돌잔치 등 직장 동료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살아온 모습과 살아가는 모습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좁아진 현대의 주거 공간에는 다른 사람들을 초대할 여분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1~2인 가족끼리만 생활하다 보니 여분의 그릇이나 의자도 필요치 않다. 집은 거주하는 이들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만을 채워주는 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던 집은 현대와 비교하여 낡고 오래됐지만, 경조사에 마을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비록 물질적으로는 지금보다 풍요롭지 못했지만 손님이 왔을 때를 대비해 이불이나 그릇 등을 여분으로 준비해두셨다. 잘 닦여진 길이나 교통수단의 발달로 예전보다 먼 거리를 이동하기가 훨씬 편리해졌다. 하지만, 정작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나의 공간에 초대하거나 그들의 공간에 초대받는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기 공간을 침해당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와 안 주고 안 받는 것이 편하다는 믿음이 점점 더 만연해가고 있는 것 같다. 다소 불편하고 성가실진 모르지만 서로의 살아가는 참 모습을 보고, 보여주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로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해지지 않을까.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csr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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