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판매량 40% 늘어 273만대…시장점유율 80% 육박
'센카쿠' 갈등으로 타격받은 中시장 부진 만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했다. 한국 독일 등의 경쟁 회사보다 시장 진출이 빨랐던 데다 부품공장을 동남아 인근에 집중시킨 것이 주요인이다.
동남아 시장 자체의 성장 속도도 다른 지역을 앞지른다. 일본 자동차의 동남아 판매 대수는 작년에 중국을 넘어섰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으로 판매가 부진한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동남아, 10대 중 8대는 일본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 6개국의 지난해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총 348만대로 집계됐다. 이 중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회사의 판매 대수는 273만대로 전년에 비해 40% 늘어났다. 시장점유율은 78.4%로 1년 전에 비해 5%포인트 높아졌다. 동남아시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중 8대 가량이 일본 제품인 셈이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도요타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 대수가 사상 최대인 974만8000대를 기록,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2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데도 동남아 시장의 약진이 큰 역할을 했다. 2005년 30%를 밑돌았던 도요타의 신흥국(동남아 포함) 판매 비중은 지난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일본차가 동남아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조기 진출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1960년대부터 동남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 판매망을 구축했다. 1962년부터 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도요타는 1964년과 1970년엔 태국과 인도네시아, 1980년대엔 말레이시아에 각각 현지 공장을 세웠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자동차 관련 부품공장이 집적돼 있는 것도 강점이다. 부품의 원활한 공급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구조를 갖춘 것이다.
현지 소비자 입맞에 맞는 브랜드를 적극 출시한 것도 시장점유율을 높인 요인이다. 혼다는 작년부터 아시아 전용 소형차 브랜드인 ‘브리오’를 태국 시장 등에 투입했다. 대당 판매가격은 40만바트(약 1500만원) 수준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낮게 책정했다. 도요타 계열사인 다이하쓰도 ‘아이라’라는 소형차 브랜드를 올해 중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른 동남아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작년 한 해 팔린 신차 대수는 총 1549만대(상용차 제외)로 집계됐다. 동남아 시장 규모는 여전히 중국의 20%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는 오히려 중국을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경제성장률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7% 줄어들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더욱 부진했다. 센카쿠열도 갈등으로 반일감정이 격화하면서 지난해 중국 내 판매 대수는 250만대로 10%가량 감소했다.
반면 동남아 시장은 30%가량 커졌고, 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일본차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마이카’ 바람이 불기 시작한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이 수십년간 친숙해진 일본 브랜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조만간 동남아가 중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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