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2인자의 자리] 원칙 세울땐 법조인, 국정 장악엔 관료출신…소신파는 '단명'

입력 2013-01-25 17:24
수정 2013-01-26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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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얼굴마담'…대통령의 '보완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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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2인자냐, 얼굴마담이냐.”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국무총리의 위상을 놓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이다.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라 역대 총리는 관리형과 실세형, 소신형, 실무형 등으로 나뉘었다. 그만큼 권한과 역할이 천차만별이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보완재

총리는 의전상 행정부의 2인자다. 하지만 권력의 2인자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그 자리는 대통령실장(청와대 비서실장)이 차지한 경우가 많았다. 총리는 행정부의 ‘얼굴마담’이 되기 일쑤였다. 권한을 찾으려는 총리는 인사권을 쥔 대통령에겐 항명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정치문화 탓에 총리는 ‘대통령의 보완재’로 존재해왔다. 25일 한경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출범한 정권의 역대 총리들을 분석한 결과, 총리들은 모두 대통령이 갖지 못한 능력이나 이미지를 보완하는 인물이었다.

군인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은 한 명을 제외하고 4명의 교수 출신을 총리로 지명했다. 사상 첫 정권 교체를 한 김대중정부에선 안정 이미지가 필요했던 만큼 군인과 판사 출신이 중용됐다. 아마추어 정권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노무현정부에선 관료 출신의 안정적 이미지를 가진 고건 총리와 한덕수 총리가 정권 출범과 끝을 책임졌다. 기업가 출신 대통령인 이명박정부에선 교수와 판사 출신의 총리들이 임명됐다. 보완재는 출신 지역에도 해당됐다. 노태우 정권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대통령과 동향인 총리는 한 명도 없었다.

○시대와 상황에 맞는 총리 유형

1987년 이후 총리는 크게 실무형-관리형-실세형-소신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대통령은 당시 시대 상황에 맞는 총리를 내세웠다.

주로 관료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한승수 한덕수 황인성 등은 실무형 총리에 가깝다. 이들은 행정 경험을 토대로 국정을 챙겼다. 그래서 대통령이 관료사회를 장악하고 싶어하는 정권 초기(황인성-김영삼정부, 한승수-이명박정부)나 관료의 복지부동을 차단하려는 정권 말기(한덕수-노무현정부)에 총리를 맡았다. 정두언 의원이 쓴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에는 황인성 총리가 취임 이후 퇴임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을 보좌해 내각을 조율하는 관리형 총리로는 고건 이수성 이홍구 김황식 총리가 꼽힌다. 이수성 총리는 현실 정치 경험이 없었지만 ‘대한민국 최고 마당발’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총리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만 3000여개로 ‘관리의 이수성’이란 얘기도 나왔다.

실세형 총리도 있다. 김종필 이한동 이해찬 총리 등이다. ‘DJP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정부는 약속대로 김종필 총리가 초대 총리에 올랐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견제로 오래가지 못했다. 공동정부 하의 이한동 총리도 역할을 찾았다는 평가다. 이해찬 총리도 “야구팀으로 말하면 대통령은 구단주고 총리는 감독”이라며 스스로를 정권 2인자의 반열에 올리며 내각을 주도했다.

소신형 총리로는 이회창 박태준 노재봉 총리 등이 있다. 이회창 총리는 김영삼 대통령이 1993년 말 우루과이라운드 쌀 개방 파동으로 위기를 맞자 그 타개책으로 기용됐다. “모든 것을 법대로 한다”고 선언하며 ‘대쪽총리’로 통했다. 이 총리는 현안에 대해 대통령 보고에 앞서 자신에게 보고토록 했고 이를 놓고 김 대통령과 정면 충돌했다. 이게 화근이 돼 결국 단명 총리로 끝났다. 소신형 총리는 대부분 재임기간이 짧았다.

○“김용준 후보자 책임총리 어려워”

전날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도 역대 다른 총리들의 지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김 후보자가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책임총리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행정경험이 전무해 부처 조정기능을 담당해야 할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도 “박 당선인이 책임총리를 공약한 상황인데 그 부분에 대한 기대는 조금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저서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있는데 국무총리가 각 부처를 통할한다는 것은 체면치레 이상이 될 수 없다”며 “이런 허구성을 직시해 그 존폐 여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도래했다”고 썼다.

김재후/이호기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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