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엔低의 '대공습'…비상 걸린 한국 수출기업들

입력 2013-01-25 10:03
엔화 가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1월 들어 80엔 후반대에 머물던 엔화는 지난 18일엔 달러당 90엔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유민주당 총재로 당선될 당시 엔화가 달러당 77.71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개월 만에 15% 넘게 급락한 것이다. 무제한 금융완화를 내건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되면 엔저(低)가 가속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엔화 약세로 세계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일본 상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엔저가 일본에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연료비 증가와 환율전쟁으로 인한 갈등이 일본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어서다. 가라카마 다이스케(唐兼大輔) 미즈호은행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와 유가 상승이 겹치면 운송업 등 내수산업이 충격을 받을 수 있고 무역적자도 커지게 된다”며 “엔저 심화는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엔저, 한국 기업에는 毒

일본은행은 지난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끝난 뒤 “2%의 물가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빨리’ 달성할 방침”이라고 정부와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금융완화 정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물가상승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매월 13조엔씩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자산을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95엔대까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 기업의 피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HSBC,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 기업들이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회복해 라이벌인 한국 기업들에는 독(毒)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 수출 비중은 75~80%정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현대차 수출량은 한 해 1만대가량 줄어든다”며 “그만큼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엔저 충격이 자동차에 이어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의 수출액은 26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8억7000만달러보다 9% 줄어들었다.

국내 항공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탑승률도 급감하고 있어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일본 노선 탑승률은 각각 전년대비 8%, 7.6% 줄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을 찾은 전체 일본인 관광객은 30만8882명, 26만9732명, 24만9481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3.8%, 20.7%, 24.8% 줄어든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과 일본이 수출 시장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며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두 나라의 대결은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일본 내서도 희비 교차

엔저로 일본 경기는 활력을 찾은 듯 보인다. 일본 수출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지난주 닛케이평균주가도 2년9개월 만에 1만900엔 선을 넘었다.

무작정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무역적자 증가다. 지난 15일 기준 일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0엔으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전력업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고 있어 엔저에 취약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정부에 엔화 약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온 일본 기업인들조차 빠른 엔화 평가절하 속도와 연료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일본 국채 투매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이 보유한 일본 국채는 18조엔(약 230조원)에 달한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외환보유액 운용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일본 국채 비중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본 국채를 팔기 시작해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230%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도 유럽과 같은 재정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영국 러시아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반발도 부담이다. 독일은 일본의 엔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G20(주요 20개국) 공조’라는 압박카드를 꺼내들었다. G20 의장국인 러시아의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중앙은행 부총재도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환율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머빈 킹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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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의 회계부정엔 글로벌 기업도 '속수무책'

세계적인 기업도 중국 기업의 엉터리 회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인 미국의 캐터필러는 지난해 중국 광산장비회사인 ERA(녠다이탄광기계설비제조)와 ERA의 자회사 쓰웨이를 총 7억달러에 인수했지만 인수한 지 5개월이 지난 11월 80%나 비싼 가격에 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회사의 실제 가치를 계산해보니 1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분식회계로 이익을 교묘하게 부풀린 회사를 5억8000만달러나 더 주고 산 것이다.

캐터필러 관계자는 “충격적”이라며 “앞으로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곤혼스러워했다. 인수 당시만 해도 회사 관계자는 “중국은 엄청난 석탄 수요를 갖고 있고 장기적인 전략상 꼭 필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RA는 10년 넘게 중국계 비즈니스 거물 등이 연루돼 회계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RA는 홍콩주식시장 우회상장 등을 통해 회사 가치를 올렸다. 캐터필러 관계자는 “인수 규모가 크지 않아 경영진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중국 기업들의 회계부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최근 상장기업들에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상무부 연구원이 1689개 상장사의 지난해 1~3분기 재무보고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8.7%인 823개 기업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발견됐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재무상태나 이익 등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 전문조사 기관을 통한 심층적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범죄행위로 결론나면 법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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