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청산도 구들장논

입력 2013-01-22 16:50
수정 2013-01-22 21:25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산비탈에 논배미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농토를 다랭이논이라 부른다. 손바닥만한 논이 계단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다. 농사를 짓는 나라의 산골에는 대부분 다랭이논이 존재한다.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지리산의 깊은 골짜기인 피아골에도 굽이굽이 논밭이 이어진다.

크기로 치면 필리핀 바나우지역의 다랭이논이 단연 최고다. 해발 1000m의 높이로 끝도 없이 이어진 산줄기가 모두 논이다. 비록 한두 평밖에 안되는 조그만 논배미들이 제사상의 떡처럼 켜켜이 이어진 것은 경이롭기만 하다. 가축도 들어가기 어려운 가파른 곳도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 농토가 됐다. 멀리서 보면 수만개의 논배미로 이어진 거대한 파도처럼 보인다. 그런 논둑을 이으면 지구의 반바퀴인 2만2400㎞나 된다고 한다. 유네스코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지정했을 정도다. 2000년 전부터 다랭이논을 개척한 이푸가오족은 이곳을 ‘천국에 이르는 길’이라 부르고 있다.

규모면에선 필리핀 바나우에 약간 뒤지지만 중국 윈난성 웬양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맑고 푸른 산과 높은 산자락에 첩첩이 쌓인 논배미의 물안개가 어울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야트막한 산은 꼭대기에 만들어진 서너평 규모의 논이나 밭을 정점으로 아래로 이어지며 수백 수천개의 경작지들이 산을 뱅글뱅글 감싼다. 어떤 것은 똬리를 튼 뱀처럼 보이고, 또 어떤 것은 소나 말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벼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작물을 심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울긋불긋하게 변하는 색깔이 장관이다. 사진작가들이 꼭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소수민족인 하니족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논에서 물고기를 함께 키우는 전통농법을 고집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산비탈은 이처럼 장애가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도처에 널린 다랭이논 가운데 전남 청산도의 구들장논은 척박한 삶을 떨쳐내려는 농사꾼의 마음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다. 완도에서 배로 5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자갈이 많아 농사 짓기가 어려운 땅이다. 이곳 사람들은 약 400년 전부터 자갈을 모아 수로를 만들고 그 위에 진흙을 덮어 농경지를 만들었다. 마치 온돌방의 구들장처럼 자갈과 흙을 산비탈마다 쌓고 얹어 논을 만든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2일 청산도의 구들장논을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로 지정했다. 내친 김에 다음달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관리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도 신청할 계획이다. 척박한 환경과 맞서 싸우며 식구들을 먹여살렸던 농사꾼의 땀과 지혜가 이젠 관광상품으로 후손들 살림에 보탬이 될 모양이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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