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풍수] 善이 쌓인 자리가 명당이 된다

입력 2013-01-20 10:03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풍수 격언에 “명당을 얻으려면 먼저 선을 베풀라”라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지관(地官) 활동을 해 온 B씨도 같은 견해다. “명당은 아무나 차지하지 못해. 살아서 덕을 쌓은 사람만이 명당을 만날 수 있고, 남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명당을 발로 밟고 있어도 몰라.”

심지어 거금을 들여 명풍수를 초빙해 명당을 잡았어도 그곳에 묘를 쓸 사람이 나쁜 일을 많이 했다면 명당이 흉지로 변해 악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한다. 풍수가 고인보다 그 자손의 건강과 부귀를 꾀하는 것이 목적이라 생각하면 지당한 얘기다.

일제 강점기 무라야마 지존이 쓴 ‘조선의 풍수’란 책에는 덕을 쌓지 않은 채 타인의 명당에 조상을 장사지낸 뒤 후손이 모두 망한 사건이 적혀 있다. 경남 밀양 삼량진의 ‘조장군산’ 얘기다. 옛날 어떤 풍수사가 “내가 생전에 각지를 돌아다니며 길지를 골라 표목(標木)을 세워 두었으니 그곳에 묘를 쓰면 영웅이 나와 집이 번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뒤에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이 산에서 표목을 발견하고 그곳에 부모 묘를 썼더니 과연 장군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산을 ‘조장군산’이라 불렀다. 그런데 조씨네가 잘된 것을 배 아파한 어떤 사람이 그 묘를 몰래 파낸 후 자기 부모를 그곳에 장사지냈다. 소위 암장을 한 뒤 더 큰 발복을 기다렸다. 하지만 부귀는 온데간데 없고 그 후손들은 모두 망했다고 한다.

생전에 흉칙한 짓만 하고도 그 후손이 잘되고 영화를 누린다면 이것은 하늘도 꺼려할 일이다. 하지만 “악인에게는 천하의 명당도 흉지가 되고 거꾸로 덕을 쌓은 사람에게는 길바닥도 명당이 된다”는 주장은 자칫 풍수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 풍수는 명당에 조상의 묘를 쓰면 유골이 땅 속에 응결된 생기와 결합해 후손이 발복한다는 생기와 동기 감응이 본질인데 이 경우는 적덕만을 강조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산과 물 그리고 방위가 조화로운 땅을 구해 산 자와 죽은 자의 행복과 편안을 구하는 풍수는 막연히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믿든 말든 풍수지리는 약 2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계속 발전해 왔다. 신라 말부터 현재까지 우리 민족에 깊은 영향을 미친 전통사상이다. 전통적 환경사상이자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응축된 자연 생태학이다. 나아가 전통적 최적 주거입지론을 제시하는 웰빙 코드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구미에서도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풍수에는 지질, 일조, 기후, 풍향, 물길, 경관 등 일련의 자연적 요소를 음양오행론에 의해 관찰한 후 그것들이 사람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파악하고, 각각의 우열을 가려 그중 좋은 것만 생활에 이용하자는 제안이다.

서구 과학 문명이 널리 확산된 요즘 죽은 사람의 음덕으로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풍수 사상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개는 형편에 따라 부모의 장사 방법을 결정한다. 따라서 양식 있는 명풍수가 아니라면 명당을 안다고 말하지 않음이 해악을 쌓지 않는 일이다. 혹세무민하는 지관에게 명당이 모습을 드러낼 리 없고, 그런 지관을 구해 후손과 자신의 복을 구하는 사람에겐 명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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