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영 산업부 기자 bono@hankyung.com
정유업계 용어 중에 ‘가격 함몰지역’이란 생소한 말이 있다. 주유소의 기름값이 다른 곳에 비해 함몰된, ‘푹 꺼진 지역’이란 뜻이다. 주로 좁은 지역에 여러 주유소가 몰려 있거나, 대도시 근교 국도변 중 가격 경쟁이 심한 곳들이다. 비싼 곳과 비교하면 ℓ당 300~400원이나 싸다. 고유가 시대에 이런 곳을 꿰고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가격이 지나치게 싼 곳은 가짜기름을 섞어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묵은 이슈인 가짜석유가 다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단속권을 가진 한국석유관리원이 각 주유소로부터 거래상황을 실시간으로 취합하는 전산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2011년부터 전산화를 검토해 온 석유관리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가짜석유 근절책’을 추진하는 것에 발맞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주유소가 월 1회 수기(手記)로 제출하는 방식을 개선하면 더 수월하게 가짜석유 유통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석유관리원측의 판단이다.
주유소 업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약 1%로 추정되는 가짜석유 판매소를 잡기 위해 거래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주유소협회의 한 임원은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이 0.5%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환경이 어려운데 지원은 못할망정 잠재적 범법자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가짜석유는 화물차나 버스 회사가 보유한 유류탱크와 일반 석유판매점 등 주유소 이외 유통망을 통해 주로 거래된다는 지적도 있다. 길거리 암행단속이 전산화보다 훨씬 실효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작년에만도 5월에 900억원대, 9월엔 역대 최대 규모인 1조원어치의 가짜석유를 만든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이 만든 ‘짝퉁’ 중 얼마나 많은 양이 일반 주유소로 흘러들었는지는 추산조차 어렵다.
석유관리원과 주유소의 충돌에도 정작 정유회사들은 좀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유사 로고를 믿고 주유소를 찾아 간다. 가짜석유 논란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는 정유업계도 자신들의 역할을 고민할 때다. 자칫하다간 ‘가격 함몰’이 정유사에 대한 ‘신뢰함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박해영 산업부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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