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끼어든 말리 내전…산유국 알제리로 불똥 튀었다

입력 2013-01-17 17:01
수정 2013-01-18 02:23
이슬람 반군, 佛 참전 반발 41명 납치
프랑스정부, 파병규모 3배 늘려 맞불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시작된 이슬람반군과 정부군 간 전쟁의 불씨가 인접국가 알제리로 옮겨 붙으며 ‘사막의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16일(현지시간) 오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동부 인아메나스에 있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석유 개발 현장을 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인 1명과 알제리인 1명 등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프랑스 일본 노르웨이 등 외국인들이 최소 41명 인질로 붙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카에다이슬람마그레브(AQIM)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주의 롤모델 vs 범죄의 천국

사하라 사막 남부 교역로에 있는 말리는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이슬람 문화의 중심이었다. 1960년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말리는 1992년과 1997년, 2000년 각각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뤘고 2011년 여성 총리를 탄생시키는 등 한때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롤모델이었다.

자치 독립을 요구하는 북부 유목민 투아레그족이 AQIM과 손을 잡으며 상황은 달라졌다. 남미 마약, 이슬람 테러 조직의 비자금 등이 유통되는 ‘어둠의 땅’이 됐다. 강력한 통치자나 정부가 들어서 있지 않아 범죄조직의 천국이라 불렸다. 말리는 산유국은 아니지만 우라늄, 금 매장량이 많고 영토가 프랑스의 2배에 달해 서방 국가의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우라늄 수출은 일본과 독점 계약을 맺고 있다.

말리 내전이 발발한 지 1년이 넘도록 아프리카연합(AU) 등 아프리카 지역 공동체는 물론 국제사회가 개입을 주저했던 이유다. 식민 종주국이었던 프랑스도 반군이 수도로 진입하는 요충지를 장악한 뒤인 지난 10일에서야 내전에 개입하기로 했다.

○쿠데타 틈타 반군 득세

말리에는 AQIM과 함께 안사르 디네, 무자오(서부아프리카의 통일과 지하드를 위한 운동) 등 3개 이슬람 반군 세력이 있다. 당초 투아레그족은 AQIM에 맞서기 위해 말리 정부군과 손을 잡았지만 2011년 리비아 정부군 내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던 투아레그족과 이슬람주의자들이 귀환하면서 말리 정부에 등을 돌렸다. 이후 ‘안사르 디네’라는 투아레그족 출신 이슬람 과격단체를 조직, 자치 독립을 요구하며 지난해 1월 아자와드해방국민운동(MNLA)을 출범시킨 뒤 정부와의 대대적 전쟁을 선포했다. 말리 군부가 3월 쿠데타를 일으켜 아마두 투마니 투레 민주 정부를 전복시키자 이슬람 반군은 이를 기회 삼아 말리 북부를 모두 장악했다. 불과 몇 주 만에 정부군을 북부 지역에서 몰아냈다. 반군은 곳곳에서 이슬람 율법으로 공개 처형을 하는 등 주민들을 위협했고, 최소 40만명 이상이 고향을 떠났다.

○미국, 영국에 아프리카연합군 가세

한때 수도까지 점령당할 뻔했던 말리 정부군은 10일 프랑스에 지원을 요청했다. 말리의 이슬람 반군은 13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푸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테러분자 소탕과 말리의 자국민 6000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입을 시작하며 위기를 넘겼다.

말리 사태가 알제리 피랍 사건으로 번지자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들고양이 작전’으로 말리에 800여명의 군인을 투입했고, 앞으로 2500명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군은 대전차 미사일과 20㎜기관포가 장착된 가젤 공격헬기, 미라주2000D 등 전투기, 90㎜포를 장착한 ERC-90을 포함한 40대의 장갑차 등을 동원했다.

미국은 군사 첩보 제공 등 간접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은 두 대의 수송기를, 독일은 물류 운송과 의료 지원을 하기로 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도 행동을 서두르고 있다. 니제르 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주변국 병력으로 구성한 2000명의 아프리카구제지원군이 14일 말리에 도착했다고 ECOWAS 의장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알리 쿨리발리 장군이 밝혔다. 유럽연합(EU)도 200여명 규모의 훈련관을 파견키로 했다.

14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서에서 “무장 테러 단체들이 남쪽으로 진격하는 것을 막아 달라는 말리 정부의 요청으로 프랑스군이 개입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알제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인력은 삼성물산, 우림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18개 기업 82명이다.

한재순 외교통상부 아프리카 담당 과장은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는 없지만 북부 아프리카에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만큼 이들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산유국인 알제리의 석유 개발 시설에서 피랍 사건이 발생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말리 사태가 이웃 국가들로 더 확산될지 주목된다.

말리 내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대통령이 안정이 확보될 때까지 프랑스군을 주둔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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