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병영 이야기
1976년 김포공항 사수 부대 배치…포병으로 시작해 관제탑 책임자로
허송세월 대신 도전 택했던 결과
나는 아직도 해외출장을 위해 공항을 드나들 때면 군대생활을 하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총소리보다 항공기 이착륙 소리에 더 익숙했던 군대생활. 그 시절 내가 경험했던 특별한 일들은 지금까지도 내 삶의 커다란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1976년의 무더운 여름 어느 날, 국내 최대 공항인 김포공항을 사수하는 99여단 860포대로 자대배치를 받아 군 생활을 시작했다.
공항은 군사 작전 개념상 최전방으로 분류된다. 공항 포대는 평소 위험한 화기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내부 규율과 군기가 세기로 유명했다. 특히 당시에는 북한의 마하 속도의 전투기가 언제 남한 상공으로 넘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긴장의 연속이었다. 선임들의 엄격한 규율관리로 인해 부대원들은 행여 사소한 문제라도 일어나면 지독한 얼차려를 받고 2~3일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엄격했던 병영 환경은 나에게 있어서 극복하고 싶은 도전의 대상이었다. 동료 전우들이 소극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듯 생활했던 것과는 달리 그 시간을 허송세월하며 보내기 싫었다.
‘호기심’은 업무에 대한 관심과 도전의지를 불러 일으킨 원천이었다. 도전의지가 높아질수록 훈련과 근무 실적이 좋아졌고, 가끔씩 포상휴가도 덤으로 주어졌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 재촉하듯이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생활자세는 젊은 시절 내가 성장하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 줬다.
도전하는 삶은 기회를 동반한다고 한다. 내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일병 계급을 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실 결원을 보충하는데 훈련 우등생인 나를 배치했다. 상황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모든 작전을 지휘·관리하는 핵심 부서였다. 상황실에 근무하면서도 편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았다. 업무를 보는 틈틈이 ‘반공 전술서’를 독학하면서 후배들의 업무 교육을 담당했다.
덕분에 관제탑 책임자로 임명됐다. 민간 관제사들에게 업무에 관한 정보도 물어보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관제탑은 소위 집안 배경이 좋은 사람들 중심으로 배치받던 곳이었다.
관제탑에서 근무했던 관제사들은 나의 호기심을 존중해주면서 자신의 전문 지식들을 기꺼이 가르쳐 줬다. 나는 지금도 당시 같이 근무했던 그들의 세련된 조직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마음속에 표본으로 새겨놓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라. 기회는 스스로 준비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선물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어느 조직에 있느냐, 어떤 업무를 맡았느냐는 문제로 우열을 판가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일에 대한 도전의지는 그 사람의 업무 발전과 성장을 크게 좌우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업무 경험 수준을 크게 가르는 요인이 된다. 내가 군 생활에서 체득하고 확인했던 평범하지만 위대한 교훈이다.
아웃소싱업계 국내 1위인 제니엘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사업뿐만 아니라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도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전 직원들을 해병대 캠프로 보내 병영체험을 하도록 했다. 맛보기에 불과한 군 훈련 체험이지만, 직원들이 도전의지의 위대함을 스스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다들 이렇게 말하곤 한다. “달리다 보면 서있고 싶다. 서있으면 앉고 싶다. 앉으면 눕고 싶다. 누우면 눈 감고 싶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말한다. “누워 있으면 앉아라. 앉아 있으면 일어나라. 일어났으면 뛰어라.” 이것이 내가 병영 시절을 통해 깨달은 교훈이다. 제니엘이 최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도 이런 도전의지에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박인주 <제니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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