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지디 IPO…태블릿PC 성장성 몰라본 창업자 '후회'

입력 2013-01-16 19:41
수정 2013-01-16 19:42
이 기사는 01월16일(15:1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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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 성장성을 지디 창업자도 확신하지 못한거죠."

액정표시장치(LCD) 유리식각업체 지디가 태블릿PC 급성장을 등에 업고 코스닥시장 상장을 눈 앞에 뒀지만 창업자는 2년4개월 전에 지분을 김명선 대표이사에 전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때 최대주주였던 코스닥 퇴출기업 엔트로피(현 영창테크)도 이득을 거의 보지 못하고 팔았다. 법정관리중인 엔트로피의 법정관리인은 5년전 엔트로피 경영진이 지디 주식을 비싸게 샀다고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엔트로피 주식을 매입한 SL인베스트먼트는 300%가 넘는 이득을 보게 됐다.

김명선 지디 대표는 16일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태블릿PC 시장은 2017년까지 연 평균 53%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 시장과 함께 지디는 2010년 4분기부터 지난 분기까지 매번 사상 최대 매출과 수익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디는 주로 태블릿PC에 들어가는 LCD패널의 유리식각 공정을 맡아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납품하는 회사다. 유리식각이란 산으로 표면을 부식시켜 무늬를 새겨 넣는 일이다. 지디의 매출은 2010년 182억원, 2011년 356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엔 3분기까지 603억원에 이르렀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34억원을 거두며 영업이익률 38%를 자랑한다. 상장사인 솔브레인 켐트로닉스 등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하며 내달 코스닥에 상장 예정이지만 그동안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2005년 6월 설립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최대주주가 세 차례나 바뀌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지디는 김문환 씨가 창업했고 초창기 김 씨의 형제인 김종한 씨가 최대주주였다. 이후 자금조달 과정에서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였던 엔트로피로 바뀌기도 했다. 이후 김 씨는 2007년 10월 최대주주로 올랐지만 3년 후 지분 전량을 김명선 대표(현재 34.35%)에 매각했다. 김 대표는 "당시 창업자가 태블릿PC 성장성에 대해 확신이 없어 지분을 전량 인수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아이패드의 출현으로 태블릿PC 성장성을 엿보고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었다.

엔트로피는 2006년 말부터 2007년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증자 등에 참여해 총 47억원 가량 투자해 잠시 최대주주로 올랐었지만 2007년 11월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지분을 모두 매각하게 됐다. 엔트로피의 지디 주식은 공개매각 방식으로 취득가격 수준인 주당 6000원에 팔렸다. 당시 법정관리인은 엔트로피가 지디 지분을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게 샀다면서 엔트로피 경영진과 함께 김명선 지디 대표까지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배임 혐의는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났다.

공개매각에 참여해 엔트로피 보유 주식을 전량 매입한 SL인베스트먼트는 지디 상장으로 '대박'을 내게 됐다. 지디 공모 희망가격이 1만4500~1만6500원에 달해 무상증자 등을 감안했을 때 3배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지디는 IPO를 통해 348억~396억원 가량을 조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유리식각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와 함께 인듐주석산화물(ITO) 코팅장비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터 ITO 코팅사업에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디는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진행해 내달 13일 상장될 예정이다. 상장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맡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