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약을 정책화하기가 어려운지 이제 알았다니

입력 2013-01-15 17:10
수정 2013-01-16 00:17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공약을 축소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돈이 당초 추계했던 135조원보다 더 들어갈 것이 확실해 증세하지 않으면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135조원조차 마련할 방안이 현재로선 막막하다. 박 당선인은 “집권 5년간 정부 씀씀이를 줄여 71조원, 각종 세금 감면 축소로 48조원을 각각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는 복지행정 개혁과 기타 재정 수입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아무리 줄여봐야 연간 1조~2조원 수준이어서 71조원(연간 14조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비과세 감면 축소도 중소기업과 서민층 지원용이 대부분이어서 줄이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되자 일각에서는 ‘공약은 잊으라’는 식의 주장까지 나온다. 선거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내걸었던 공약을 100% 다 지킬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은 정치판에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주장들이다. 선거 때는 유권자들에게 약속해 놓고 막상 승리한 뒤에는 나몰라라 하며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치인들이 공약의 엄중함을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 공약을 어떻게 정책화할 것인지가 아니라 공약을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한다면 처음부터 정치를 할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아직도 공약을 정책화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공약이 곧바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려다 보니 모순되는 공약이 생기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공약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공약을 정책화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복지 공약과 재원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공약을 지키는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야 두 번 다시 섣부른 공약을 내놓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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