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지자체 비리…구청장이 측근 앉히려 승진순서 조작

입력 2013-01-10 16:55
수정 2013-01-11 01:32
구청장이 측근 앉히려 승진순서 조작

골프장 인허가 부당 개입 등 9명 검찰고발·94명 징계요구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은 2010년 인사팀장 A씨를 불러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서 매긴 평가점수를 바꾸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측근인 5급 B씨, 6급 C씨가 이 위원회에서 받은 점수로는 승진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팀장은 무단으로 근평 순위를 바꾸고 나중에 관련자의 날인을 받는 식으로 관련 서류를 꾸몄다. 그 결과 B씨는 승진후보자 순위가 2010년 9위에서 1년 만에 4위로 뛰어올라 2011년 말 4급으로 승진했다.

감사원은 최근 6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사, 사업 인·허가, 계약 분야 등 종합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190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10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감사원은 박 구청장 등 9명을 직권 남용,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다른 공무원 94명에 대해 견책과 감봉, 정직 등의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는 2005~2008년에 5차례에 걸쳐 전형점수를 조작해 전 구의회 의장 딸, 전 한나라당 당원 아들, 전 구의원 아들 등을 채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인·허가 분야에서는 광역단체가 기초단체에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라고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사례가 드러났다. 부산광역시는 2011년 1월 롯데가 호텔로 계획된 건물의 일부를 아파트로 활용해줄 수 있도록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하라고 부산 중구청에 두 차례에 걸쳐 부당하게 지시했다. 롯데는 해당 부지를 2002년 12월 부산지방해양항만청으로부터 관광사업 시설 용도로 매립 면허를 받아 2008년 9월 준공했다. 관련 법률에는 준공일로부터 10년 이내에는 용도를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부산시의 지시에 따라 부산 중구청은 2011년 6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충남 아산시에서는 전임 시장이 모 업체의 골프장 증설과 콘도 조성 허가 업무를 처리하면서 골프장이 금지된 농림지역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했다. 도시관리계획법에 따르면 농림지역을 골프장 건설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꾸려면 토지적성평가를 실시해야 하고 여기서 평가등급이 ‘B’에 해당할 경우 다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전 아산시장은 이 과정에서 도시계획위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국장을 위원에 선임했고, 담당자들에게 자신의 임기 내에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계약 내용과 다르게 설계·시공된 것을 묵인하거나 업체에서 허위로 설계변경한 뒤 과다 청구한 공사비를 그대로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강원 홍천군은 2009년 12월 홍천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시공사가 허위로 설계 변경한 것을 묵인했다.

김영호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최장 12년까지 연임이 가능해 지역 공무원들 사이에 단체장의 눈치보기 문화가 생기고 공직 기강 해이 사례가 적지 않다”며 “단체장이 사업 인·허가에 특혜를 부여하고 타당성 없는 사업을 남발해 지방 재정이 악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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