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보릿고개' 가파른 엄동설한…작은 절전 모으면 발전소 짓는 격
연료보다 싼 요금은 현실화해야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ceo@kepco.co.kr>
혹한의 겨울에 만약 전기가 없다면 얼마나 춥고 힘들까. 전기란 에너지가 없다면 지금도 반딧불이와 흰 눈으로 책을 읽거나 물레방아로 곡식을 찧고 있을지 모른다. 전기는 밤을 낮처럼 환하게 만들고 쇳물을 녹여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
전기가 만드는 빛과 에너지는 세상을 편리하고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전기가 산소처럼 늘 우리 곁에 있다 보니까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해 아쉬운 마음이다. 전기는 발전연료인 석유나 가스를 가공해 만드는 고급 에너지인데도 국내에서는 전기요금이 석유나 가스 값보다 저렴하다. 그러다 보니까 이 겨울에 가게 문을 열어 놓고 난방기를 가동하거나 전열기를 켜 축사 온도를 높이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니 전력수급 신호판은 이미 빨간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최근 전력 사용량도 벌써 작년 여름과 겨울 때를 훨씬 웃돌고 있다. 영광원전 5, 6호기가 재가동되면서 약간 사정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오는 2월까지는 최대의 전력수급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전기를 많이 쓰는 건물이나 영업장에 대해 전력수요가 몰리는 피크시간대에 전기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절전 규제가 지난 7일부터 시작됐다. 올겨울 들어 극심해진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다. 6만5000여 곳의 대형 건물은 난방 온도를 섭씨 2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하고, 가게 문을 열어놓고 난방기를 가동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강제적인 규제보다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전력난 극복 방법은 국민의 자발적인 절전에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절전이 ‘금 모으기’같이 모이면 발전소를 만드는 것과 같은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뜻에서 전력 당국은 1월 둘째 주를 ‘국민발전소 건설 주간’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절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발전소 가동은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겨울철 실내 적정 온도는 섭씨 18~20도이다. 실내외 온도차가 너무 크면 우리 몸의 자율 신경 계통에 이상이 생긴다. 오랜 시간 난방기를 켜놓으면 습도가 떨어지면서 안구 건조증, 비염 등의 질병도 앓을 수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약간 서늘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 주어야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져서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전기를 아끼면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내복 입기’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가 3도 정도 높아져 그 어떤 난방기구를 쓰는 것보다도 안전하고 경제적이다. 또한 사무실이나 가정의 전열기 플러그를 빼고 무릎 담요를 덮으면 겨울 체온을 지키고 새나가는 대기 전력도 아낄 수 있다.
직장에서 점심식사 시간을 앞당기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보자. 한전과 자회사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점심식사 시간을 오전 11시로 앞당겼는데 가장 전력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조명이나 사무기기를 끄게 돼서 자연스럽게 절전 효과를 얻고 있다. 요즈음 불경기로 인해 어려운 식당들도 손님을 받는 시간대가 넓어져서 반기고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렇게 올해 겨울과 여름을 잘 넘기면 내년부터는 전력 수급사정이 많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만이라도 모든 국민이 절전에 함께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여름 한 아파트에서는 이웃끼리 전기 사용량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관리비 고지서의 디자인을 바꾼 결과 평균 9%의 전기요금을 절약했다고 한다. 이처럼 조금만 생각하면 생활 속에서 전기를 아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현재 일본의 3분의 1 수준인 우리 전기요금의 현실화에서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혹독한 겨울 전력 보릿고개를 함께 겪고 있다. 이 어려운 고비는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만 극복해낼 수 있다. 전기 절약을 생활화해 모두가 같이 짓는 ‘국민발전소’로 올 겨울을 ‘우리 생애 최고로 마음이 따뜻한 계절’로 만들어 보자.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ceo@kep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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