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신음하는 직장 선배에 간 떼어준 후배

입력 2013-01-09 16:53
수정 2013-01-10 06:17
코바코 강호상 팀장 미담 '훈훈'
3개월간 술 끊고 몸 만들어…"선의 기증 막는 제도 고쳐야"


우동·돈가스 프랜차이즈 업체인 ‘코바코’에 근무하는 정양수 물류본부장(46)은 지난해 봄, 벼랑에 선 듯한 절망에 빠졌다. 15년 전부터 B형 간염보균자였던 그는 간암 말기로 상태가 악화돼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회생할 방법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서다. 7명의 형제 자매와 가족이 모두 유전적인 B형 간염 보균자여서 다른 사람에게서 기증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간 이식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접수시켜 놓은 뒤 피를 말리는 시간이 흘러갔다.

정 본부장의 딱한 사정은 회사 안에서도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직원 중 30대 초반의 후배 5명이 ‘착한 선배 구하기’에 나섰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 본부장과 같은 부서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것. 후배들은 퇴근 후 은밀히 만나 3개월간 건강한 몸 만들기에 전념했다. 몸 만드는 기간에 술도 끊었다. 건강한 간을 공여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 이용재 대표(58)도 이야기를 전해듣고 회사 차원에서 적극 돕기로 했다. 가맹점 200여개, 임직원 40여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정이 넘치는 기업문화가 소중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회사 비용으로 후배 직원들의 혈액형, 혈관, 간 상태들을 검사했고 그중 가장 양호하고 가족들의 동의까지 얻은 강호상 가맹사업팀장(34)이 간을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사우회에서는 수술 비용을 보탰다.

지난해 9월 중순 정 본부장과 강 팀장은 서로 간을 주고받았다. 가족이 아니면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는 게 원칙이어서 수술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걸림돌을 극복하고 두 사람은 수술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병원에서 모두 정상화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간의 69%를 떼어내 공여한 강 팀장은 수술 후 3개월이 지나 100%로 커져 원 상태를 회복했고, 정 본부장도 CT촬영 결과 이식받은 간이 75%까지 커져 정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 팀장은 “제가 1남4녀 중 막내인데 가족이 많으면 누구나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간 공여를 자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선의로 장기를 공여하려 해도 장기매매가 아니라는 입증을 공여자가 하도록 돼 있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많다”며 “2005년 장기기증 서약을 했는데 이 서약서가 정부 승인을 얻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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