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결연을 체결했다던 대구시가 실제 이탈리아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맺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꼴이 됐다.
대구시는 1998년 12월 14일 밀라노시청에서 문희갑 대구시장과 가브리엘레 알베르띠니 말라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자매결연 조인식을 가졌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시는 당시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으로 지역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첨단화 추진을 위한 선진기술 도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대구시가 추진 중이었던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대구시는 시의회의 업무보고는 물론 시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구가 섬유패선도시로 거듭나 전국 3위라는 도시위상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대구시민들에게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밀라노시간 자매결연을 맺은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15여년 동안 시민들을 속여왔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998년 12월 말께 작성한 공동선언문은 대구시와 밀라노시간 자매결연이 아닌 교류협력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구시가 지난 2011년 12월 자매결연 도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밀라노시로부터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사실이 없다’고 통보를 받고도 최근까지 시의회와 시민들에게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구시와 밀라노시간 작성한 공동선언문은 ‘두 도시간 우호와 협력(friendship and coperation)’으로 표현돼 있으며 통상적인 자매결연을 의미하는 ’Sisterhood Agreement’와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국제통상과 관계자는 “당시 작성한 공동선언문을 대구시는 자매결연으로 알고 있었다”며 “지난 2011년 12월께 전화로 자매결연을 맺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최종 지난해 8월 밀라노시로부터 공식적으로 자매결연 도시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밀라노시와의 사례를 기반으로 현재의 해외 자매·우호협력도시와의 교류 관계를 재점검하겠다”며 “앞으로 국제교류 업무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문화·인적교류와 함께 경제·통상 교류를 병행해 나가는 실질적인 도시간 교류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 중이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안일한 탁생행정을 버젓이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구시 행정의 신뢰성 마저 추락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시의회 권기일 경제교통위원장은 “공무원이 10년이 넘도록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가 밀라노시로부터 부인 당했다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고 대구시의 무책임한 행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뒤늦게 알았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함에도 시의회와 시민들에게 허위 사실을 알렸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구경실련 김수원 시민감시단장은 “대구의 실패한 대표적 국책사업인 밀라노프로젝트는 대구시와 밀라노시간 자매결연과 뗄 수 없는 관계다”면서 “밀라노시가 자매결연 도시가 아니란 것을 자매결연 도시로 알았다면 무능한 것이고 자매결연 도시가 아닌 것을 알고도 계속 최근까지 홍보했으니 시민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고 비난했다.
한편 대구시가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통해 세계적인 섬유패션도시를 만들겠다고 추진한 ‘밀라노프로젝트’는 지난 1999년부터 10년간 국·시비 등 총 8천77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 각종 비리 뿐만 아니라 뚜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