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등 임상 시험중…개발경쟁 치열해질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7일(현지시간) 논란을 빚었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그동안 주춤했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 대법원은 이날 줄기세포 연구가 과학실험 과정에서 인간 배아를 형성하거나 또는 파괴하지 못하게 한 연방법을 위반했다며 두 명의 과학자가 제기한 상고 사건을 각하했다. 앞서 2010년 연방법원 1심 재판부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재정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 법원은 이를 뒤집고 정부 지원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지지, 줄기세포 연구의 걸림돌이던 법적 장벽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치유법을 바라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배아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불임시술에서 남은 수정란을 이용하거나 환자의 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와 융합해 복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윤리적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매우 큰 부작용이 나오지 않는 한 윤리적 논쟁도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살인 행위로 여기는 낙태 반대자들과 그린피스 등은 대법원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독교 단체인 자유옹호연맹(ADF)은 “미국 국민은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실험에 돈을 내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갈등에도 불구,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BCC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규모는 42억달러에 달한다. 2016년에는 66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선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로 줄기세포 연구가 크게 위축됐다가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차병원 정형민 박사팀의 임상연구를 허가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상태다. 차병원 등에서 현재 망막질환(황반변성) 치료제를 비롯한 20여종의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스오텍 사장은 “미국은 그동안 주정부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줄기세포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며 “이제 연방정부에서조차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공식적인 재정 지원이 허용됨으로써 뛰는 말 위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다만 당장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줄기세포 치료는 이제 진입 단계여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라/이준혁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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