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체계 대폭 손질…생계비 지원 기준 낮춰
근로능력 있는 기초수급자는 의료혜택 줄여
“복지 혜택을 받는 수혜자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선진국처럼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의 개념을 적용해 이들도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최성재 인수위원회 복지·고용분과 간사의 말이다. 기초생활보호제도 개편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기초생활 보호대상자가 되면 모든 혜택을 받는 ‘덩어리 지원(급여)’을 풀어 ‘선별 지원’으로 전환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는 말이었다.
○덩어리 급여체계 대폭 손질
소득이 최저생계비(2013년 4인가구 기준 154만원) 이하면 기초수급자가 된다. 그 순간부터 받게 되는 복지혜택은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7가지 급여(지원)와 사회보험료 면제를 비롯해 92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 혜택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당장 사회보험료를 내고 나면 최종 가처분 소득은 기초수급자보다 줄어든다. 소득의 역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빈곤대책이 일을 통해 빈곤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꺾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최 간사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내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이에 따라 제도개선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개편작업은 지난해 민관합동 빈곤제도개선기획단에서 마련한 방안을 기초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나온 개선방안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선을 달리하는 것이다. 생계비 지원 기준선을 낮춤으로써 현금으로 생계비를 지원받는 사람들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신 저소득층의 생활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비와 의료비는 재산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득은 없는데 집 한 채만 있거나, 얼굴도 못보는 자식인데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의료지원 혜택은 점차 줄여가야 한다고 기획단은 권고했다. 주거지원도 여러가지 법에 의해 중복지원을 받지 못하게 하는 대신 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으로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획단은 내다봤다.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주거비 지원은 사실상 소득보장의 측면이 컸다”며 “실질적 주거지원이 이뤄지면 저소득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지원 크게 늘린다
제도개편으로 가장 수혜자가 늘어나는 분야는 교육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간사는 “현금 혜택이 아니라 교육 등 사회서비스 혜택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을 받는 사람들을 늘려 가난이 대물림되는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기획단이 만든 안도 교육지원 대상자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최저생계비의 140%까지 수혜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획단의 예상대로라면 교육지원을 받는 사람은 현재 29만명에서 56만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교육뿐 아니라 각종 문화적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 간사는 “저소득층에 대해 교육 통신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문화적 빈곤에서도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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