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책임자와의 만남 - 전준수 이랜드 CHO
젊은이에게 드러커의 책 꼭 추천해요…위대한 경영자 꿈 심어줘
채용 전문가 척 보면 안다?…첫 느낌 있지만 속단은 안해
주변 사람에게 추천받는 사람 취업도 쉬워
인사총괄책임자(CHO·Chief Human-Resource Officer)와의 식사! 한국경제신문이 기업체 인사책임자와 취업준비생과의 만남을 마련했다. 첫 번째로 전준수 이랜드 CHO가 지난달 말 취업준비생 12명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눴다. 한경은 분기에 한 번꼴로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또는 CHO와 대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다. 관심있는 취업준비생들의 많은 참가를 바란다. 신청은 한경잡앤스토리(www.jobnstory.com)에서 할 수 있다.
2012년 12월27일 오전. 찬바람이 부는 겨울 서울 창전동 이랜드 본사 지하 1층 접견실에 올 상반기 이랜드 입사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12명이 모였다. 이랜드 인사총괄책임자와의 만남이 설레 몇몇은 밤새 잠을 못 이뤘단다. 약속된 오전 11시보다 10분 앞서 나타난 전준수 이사(49)는 청년 같은 미소를 지닌 사람이었다. 접견실 벽 한쪽엔 붙박이 책장이 있었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스타벅스 CNN 그 성공의 비화 등 경영, 마케팅, 유통을 아우르는 책들이 수백 권은 족히 넘을것 같았다.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는지 궁금했다. 전 이사는 “읽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는 기업 문화”라며 웃었다.
식사 인터뷰는 여의도 렉싱턴호텔로 이동해 진행했다. 메뉴는 안심스테이크. 인터뷰에 참석한 취업준비생 한 명은 “호텔서 칼질해 보기는 내 평생 처음”이라며 “내년엔 꼭 이랜드맨이 되어 내 돈 내고 당당히 이 자리에 앉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취업준비생)책을 얼마나 읽으세요.
“해마다 50권 이상씩 읽으려고 합니다. 거의 매주 한 권씩은 읽는 셈이죠.”
-엄청 바쁘실 텐데 언제 읽으세요.
“주로 아이패드의 e북으로 봅니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님이 지난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임원이 읽었으면 하는 책 10권을 e북에다 넣어주셨지요. 이젠 종이책보다 더 편해요.”
-왜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 읽기는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통해 나를 볼 수 있는 도구죠.”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은.
“저는 피터 드러커의 책은 거의 다 읽었어요. 그중 자기경영 노트를 추천합니다. 직장인의 기본서죠.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 강점으로 일하라. 일할 땐 하나씩 중요한 것부터 집중하라. 아마 사회 초년생이 이 책을 읽는다면 위대한 경영자의 꿈을 꾸게 될 겁니다.”
이랜드 독서경영은 뿌리가 깊다. 198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한 이랜드는 젊음과 패기는 넘쳤지만 경험이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책을 통해 성장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박 회장이 매월 서너 권의 책을 직원들에게 읽을 것을 권하면서 그것이 이랜드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박 회장은 “신입사원에게도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꿈을 심어주면서 독서에 그 비결이 있다”고 항상 강조해 왔다.
-CHO로서 인재경영에 관심이 많겠어요.
“스물세 번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고 합니다. 신입사원에겐 기본 핵심가치를 가르치고 일하는 방법과 좋은 습관을 가지도록 훈련합니다. 현업 배치 후에는 일과 직책,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교육을 시킵니다.”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뭔가요.
“드러커는 ‘리더는 안과 밖이 같아야 한다’고 했어요. 인테그리티(Integrity). 즉 정직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해요. 직원들은 영리해서 다 압니다. 부모의 삶을 보고 아이들이 배우듯이 직원은 리더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합니다.”
-채용 전문가기에 이젠 사람을 척 보면 알겠네요.
“첫 느낌이 오지만 속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유명 헤드헌터가 그러더군요 ‘면접 이력서의 44%는 거짓’이라고. 이랜드는 가능하면 여러 각도에서 사람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가능하다면 가정이라도 방문해 집에서의 삶을 보고 뽑고 싶을 정도입니다.”
-기억나는 지원자가 있나요.
“ROTC 장교 출신이었어요. 그런데 육군 대대장의 추천서가 걸작이었습니다. ‘내 명예는 너무 가볍기에 대한민국 육군의 명예를 걸고 추천합니다.’ 저는 그 지원자의 자소서는 읽어보지도 않고 통과시켰습니다. 취업은 스펙과 순간의 면접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받을 사람이 될 것을 요구합니다. 기업은 어리석지 않아요. 채용 노하우가 있어요. 물론 실수도 있지만 적중도가 상당합니다.”
‘나무를 벨 때 여섯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네 시간을 도끼를 고르는 데 쓰겠다.’ 전 이사 책상에 있는 링컨의 글귀다. 전 이사는 “사람을 세우고 경영자로 만드는 것은 국가와 세계에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인재경영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했다.
-주로 어떤 일을 하세요.
“1주일 가운데 하루 반나절은 사람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누가 핵심인재가 될지, 누구를 발탁할지 생각하고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현장 직원을 만나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직원들의 상태는 어떤지를 체크하죠.”
-잊지 못할 경험도 있겠어요.
“흰봉투 사건입니다. 2006년 아동복 본부장으로 일할 때였어요. 네 명이 석 달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석 달 뒤 전국에 52개 매장을 열게 될 만큼 열정을 쏟았어요. 너무 고마워 흰봉투에 금일봉을 담았습니다. 기혼자는 아내에게, 미혼자는 부모님께 드리라고요. 그런데 2~3일 후에 한 팀장이 제게 흰봉투를 다시 돌려주면서 그의 아내가 한 말을 전해줬어요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월급 이외 봉투는 맞지 않다’고요. 제가 감동했어요. 돈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아니란 것에 감사했지요. 이런 직원들이 성장의 힘입니다.”
-그게 이랜드의 성장비결인가요.
“예.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남 중심적 사고’입니다. 백화점 같은 분위기지만 가격은 남대문시장 수준. 즉 고객의 필요를 두 배로 채워주는 것이 오늘날의 이랜드가 있게 된 비결입니다.”
-‘남 중심’의 사원을 뽑고 싶은 거군요.
“지난해 상반기 3만5000명이 지원했어요. 감사한 일이죠. 자기 이익만을 좇는 사람은 이랜드스타일이 아닙니다.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고 공헌하겠다는 사람이 이랜드스타일 입니다.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열정을 불태울 수 있고, 목표를 위해 끈기 있게
일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성과를 냅니다. 이런 사람을 뽑고 싶어요.”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돈보다 일 중심, 일보다 사람 중심이 우리 회사의 기업정신입니다. 직업 선택에 앞서 마음을 무장할 것을 말하고 싶어요. 저는 3M을 말합니다. 돈(money)보다 의미(meaning), 의미보다 사명(mission)을 가지라고.”
대학원 시절 “더 많은 사람을 더 크게 섬기기 위해 직업이 필요하다”는 박 회장의 말이 전 이사 인생을 바꿨다. 이런 기업이라면 평생 함께 일하고 싶었다는 전 이사는 졸업 후 1993년 30세의 나이로 이랜드에 들어왔다. 신입사원 시절 물건 나르고 쌓고 정리하면서 땀의 가치와 노동의 기쁨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회사 가기 싫었던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전 이사는 마침 인터뷰 당일이 부서 송년회와 겹쳤다면서 이랜드의 전통인 김밥을 말면서 서로에게 한 해 동안 감사한 일, 아쉬웠던 일, 섭섭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보낸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행복을 전하는 경영자(Chief Happiness Officer)’라고 말하는 전 이사는 한 시간의 인터뷰를 마친 뒤 하늘색 낡은 가방을 메고 동료와 후배들을 만나러 바삐 자리를 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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