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신년기획-K머니가 간다] 한국형 증권시스템 이식…'금융 불모지' 캄보디아가 깨어난다

입력 2013-01-04 17:18
수정 2013-01-05 04:17
상장사 1곳 불과하지만
IT시스템·주식매매 방식 전수…3년내 증시 수십배 성장 전망
동양증권, IPO 싹쓸이

'코리아 스탠더드'대세
"한국계 금융사 배울것 많아" 월급 40% 적어도 인재 몰려
전당포 같은 창구 확 바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프레아 앙 두옹 거리는 서울로 치면 세종로와 명동, 여의도를 합쳐 놓은 곳이다. 총리 관저와 주요 정부 부처가 있는 행정 중심지이자 토종 대형 은행인 카나디아은행과 바타낙은행 본사,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 등이 밀집한 금융 중심지다.

왕복 6차선 도로가 교차하는 네거리 중앙에는 15m 높이의 주식 시세판이 떡하니 서있다. 국기 게양대가 있던 자리였는데 작년 4월 증권시장이 개설된 직후 주가 전광판이 들어섰다. 이 거리의 주가 전광판은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캄보디아 자본시장의 상징이다.

○“한국 금융 배우자”…인재 몰려

캄보디아 자본시장의 태동에는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산파’ 역할이 컸다. 한국거래소는 캄보디아 재정경제부와 45 대 55로 합작 투자해 CSX를 설립했다. 주식 거래를 뒷받침하는 정보기술(IT) 시스템과 매매 체결 방식 등을 한국거래소에서 그대로 옮겨왔다. 동양증권 캄보디아법인은 이 나라 첫 상장기업인 프놈펜수도공사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했다. 동양증권은 캄보디아 재경부의 금융정책 자문기관으로도 활동했다.

CSX는 상장기업이 하나뿐인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식시장이다. 하지만 잠재력은 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12달러(2011년 기준)에 불과하고, 매년 6~7%대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한국의 1970년대와 비슷하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6.5%로 추정하고 올해 목표를 6.7%로 높여 잡았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상장기업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국영기업인 캄보디아텔레콤과 시아누크항만공사가 정부로부터 상장 허가를 받았다. 상장을 준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민간기업도 10개 가까이 된다. 민경훈 CSX 부이사장은 “베트남 증시의 경우 개장 첫해인 2000년 시가총액이 고작 4000만달러였지만 2007년 말에는 330억달러로 급증했다”며 “캄보디아 증시도 2~3년 안에 수십 배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증권은 CSX의 2호, 3호 상장도 주관할 예정이다. 한경태 동양증권 캄보디아법인장은 “국영기업 3곳의 IPO 주관사를 맡기로 캄보디아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며 “올해 중 민간기업 IPO도 2~3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스탠더드’가 캄보디아 자본시장의 표준이 되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CSX와 한국계 증권사로 몰리고 있다. 민 부이사장은 “CSX의 대졸 신입사원 월급은 600달러로 현지 증권사들보다 40% 이상 적은데도 채용공고를 내면 경쟁률이 20 대 1을 넘는다”며 “한국계 금융회사에 가면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은행 서비스 돌풍

은행권에서는 ‘한국형 서비스’가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기 전까지 캄보디아 은행 지점에선 직원과 고객 사이에 철창이나 유리벽이 있었다. 은행이라기보다는 전당포를 연상시킨다.

신한은행 현지법인인 신한크메르은행과 국민은행 캄보디아는 진출 초기부터 한국처럼 확 트인 창구를 만들었다. 친근하게 고객에게 다가가는 인상을 주고 서비스도 강화하기 위해서다. 입·출금에만 40~50분 걸리는 현지 은행들과 달리 웬만한 거래는 4~5분 만에 끝낼 수 있다.

장기성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은 “한국 은행은 빠르고 친절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캄보디아 부유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형 금융 서비스가 다른 은행들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찾는 고객이 늘면서 실적향상도 뚜렷하다. 신한크메르은행은 개점 이듬해인 2008년부터 바로 순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까지 순이익은 14억10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했다. 자산 규모도 매년 30% 이상 늘어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민은행 캄보디아 역시 첫해인 2009년 적자를 냈을 뿐, 2010년부터 매년 순이익을 내고 있다. 작년에는 11월까지 15억원가량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도 순이익 7억4000만원보다 2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신한크메르은행과 국민은행 캄보디아 모두 대출 고객의 90% 이상이 캄보디아인 또는 현지 기업이다.

○시장 선점…“中·日 두렵지 않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시장 형성 초기에 진출해 꾸준히 기반을 닦은 덕분이라고 현지 법인장들은 입을 모았다. 동양증권은 2006년 외국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캄보디아에서 종합증권사 허가를 얻었다. 캄보디아에 증권시장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한 법인장은 “진출을 검토하다가 캄보디아 시장 규모가 협소하다고 판단해 중단한 회사도 많다”며 “시장이 작더라도 1등을 한다면 그 시장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법인장은 “중국 일본 등 외국 은행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당분간은 국내 은행들이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선점 효과 덕분이다. 거래소가 동반 진출하는 전략도 주효했다. 민 부이사장은 “국내 증권사들은 한국에서 쓰던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놈펜=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 20대男 "부킹女와 모텔 갔지만…" 반전에 충격

▶ 女교사, 트위터에 올린 음란한 사진 '헉'

▶ 이봉원, 박미선 몰래 사채썼다 빚이 7억 '충격'

▶ 유명 女배우, 임신 7주차 '속도위반' 밝혀져!

▶ '한성주 동영상' 적나라한 진실 드러나 '충격'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